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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와 협진해본 의사들의 씁쓸함

    "현대인과 조선시대 사람이 소통하는 격"

    기사입력시간 2016-06-11 06:47
    최종업데이트 2016-06-16 09:37




     "의사와 한의사간 협진은 현대인이 조선시대 사람과 소통하라는 것과 같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오는 7월부터 의사-한의사 간 협진 활성화를 위한 예비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의사-한의사 협진이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될까?

    이미 협진을 경험한 일부 의사들은 손사래를 쳤다. 
      
    한의사와 협진을 한적 있는 신경과 A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교수는 양한방 협진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년 전 한의사와 협진을 진행했다.

    그러나 현실을 마주한 순간 말도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A교수는 "양한방 협진을 시행한 당시 그냥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됐다"면서 "의학용어, 관점 차이, 지식 등은 물론이고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소통조차 되지 않는데 협진도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이 때문에 협진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당 한의사는 병원을 떠났다. 
     
    A교수는 "사실 의학이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학문인데 옛날 의학(한의학이라고 표현하지도 않았다)을 가지고 의사와 협진 한다는 것이 넌센스"라며 "한의학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협진 포기하는 의료기관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지난 2012년 12월 한의학 연구 및 정책개발을 위해 '치료의 효과성을 고려한 한·양방 협진 대상 질환 발굴 기초연구'를 부산대 산학협력단에 용역 의뢰했다.
     
    '협진 실태 조사'를 보면 12개 주요 협진 의료기관의 협진 진료 분야, 인력의 수, 협진 의뢰방식, 협진 만족도 점수, 문제점 등이 상세히 나열되어 있다.
     
    이 12개 주요 협진 기관에는 협진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추천한 병원 6개도 포함됐다.
     
    양한방 협진 기관명
    인천중앙병원
    안양샘병원
    국립재활원
    인천성모병원
    대구남산병원
    우먼피아여성병원
    청주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자생한방병원
    첨단한방병원
    리더스한방병원(인천)
    충북예산현대한방병원(현 예산요양병원)


    4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의사-한의사 협진이 잘 되고 있을까?

    이들 12개 협진 병원 중 5곳은 의사-한의사 협진을 아예 없애거나 영역을 축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인천성모병원과 대구남산병원, 우먼피아여성병원은 한방과를 철수했고, 인천중앙병원은 병원→한방으로의 협진을 하지 않고, 한방에서만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하는 형태로 바꿨다. 
     
    안양샘병원은 병원-한방병원이 대등한 유형이었지만, 지금은 한방병원을 없애고 안양샘병원 안에 한의과를 개설해 영역을 축소시켰다.
     
    한방과의 협진을 없애거나 축소한 사유로는 한방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고, 협진을 시행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 3억~11억 투자
     
    이런 상황이지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의사-한의사 간 협진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국공립병원 7~8곳을 선정, 한 곳당 3억에서 최대 11억을 지원해 다빈도 질환 발굴 및 협진모형 조사, 효과성 및 경제성 평가, 적정 수가 개발 등을 위해 예비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복지부는 의-한 협진 효과 및 실효성 등에 대한 데이터도 전무한 상황. 

    환자를 위해서라기보다 한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한 재활의학과 교수는 "의사와 한의사 간 협진은 현대인과 조선시대 사람이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