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의사와 환자간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원격진료에 반대한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조건부 형태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의협은 일체의 의료영리화적 정책 시도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예외적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및 도서․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해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추진할 당시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과 재벌, 경제단체의 요구에 부응해 원격의료를 비롯한 규제기요틴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며 국정농단 사태 등과 연관지어 규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등과 공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한다'고 명시했다"며 "그럼에도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것은 과거 당론과 대선 공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와 환자간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는 원격진료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의학적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해 ▲오진에 따른 환자의 건강권 침해(환자 안전) ▲개인정보 보호 문제 ▲기기 구축비용 및 과잉진료 유발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 문제와 국민 비용부담 가속 ▲1차 의료 악화와 의료전달체계 무력화 등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고 했다.
의협은 "그러나 정부는 경영단체 등 산업 차원의 요구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분야에 대한 활로개척 차원으로 원격의료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복지부의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격오지 등 의료 사각지대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의료전달 체계를 정립하고 수도권으로 쏠린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의사의 왕진 진료 활성화 등에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도서‧벽지 등 주민들의 경우 인구특성상 노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의사의 방문진료 활성화 및 병원선 운영, 그리고 이미 구축된 응급헬기 지원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교정시설 및 군부대의 경우 이미 상주하고 있는 의료인을 통해 원격협진을 활용하는 등 현행 제도권 내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이루어지는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할 것을 청와대와 국회,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재차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