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앞서 관련 법률과 여성의 안전을 위한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신중절의 허용 범위에 대한 입법 없이 약물 허가를 추진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불법·위조 약물과 부적절한 사용으로 여성 건강이 위협받는 현실 때문에 약물 허가를 우선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추진을 두고 법적 정합성과 안전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먼저 ‘임신중지’라는 용어가 임신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현재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보호를 조화시키는 입법에 있다며, 임신중절 허용 주수와 범위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모자보건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을 수술로 규정하고 있고, 약사법에도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도안 관련 금지 규정이 있다며 약물 도입이 현행 법체계와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태아의 상속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을 보호하는 민법 규정을 거론하며, 태아의 생명 보호와 관련된 사항은 국민적 합의를 거친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이 정비가 안 됐는데 어떻게 행정명령으로 이런 것을 할 수 있느냐”며 “입법부의 권한 침해이고, 입법부의 권한 패싱”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법제처가 약물 도입 허가에 관한 해석과 임신중절 행위의 적법성 판단을 구분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약물 도입 전에 형법·모자보건법·약사법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자보건법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형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가교시험도 요구했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체형·조건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국내 적용을 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임신 여부와 주수 확인, 의학적 금기사항 평가, 사용 방법 안내, 부작용 관리, 임신중절 완료 여부와 추가 처치 필요성 확인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물 사용 후 임신중절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도입 이후에 안전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법·제도와 의료체계를 먼저 갖춘 뒤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 장관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함께 개정할 필요성에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교시험 필요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과정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식약처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임신중절 시술과 약물 사용 모두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가 약물 허가를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불법 약물 사용의 위험을 제시했다.
그는 “불법적인 약물을 구매하거나 가짜 약을 잘못 사용하고, 제대로 된 사용과 부작용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성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약물 허가를 먼저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허가 이후에는 허가 내용을 근거로 안전한 사용·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계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약물을 도입한 국가들의 자료에서 임신 초기에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임신중절 시술보다 여성 건강과 부작용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약물에 여성 건강이 노출돼 있는 현실까지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 개정에 대해서는 국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형법이나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부 의견을 개진하고 근거 자료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