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4년 수가 협상이 5월 11일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 시작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속했던 수가 협상 제도 개선이 이행되지 않자, 의료계는 지난해와 똑같은 수가 협상이 될 것이라며 일찌감치 수가협상 거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가모형 4가지 모형 제도발전협의체 논의조차 안 돼…재정운영위 구성도 지연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한 4가지 수가(환산지수)조정모형에 대한 제도발전협의체 논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 수가협상에는 기존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모형을 바탕으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제안한 4가지 모형을 참고하는 수준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앞서 공단은 합리적인 수가조정모형 선정을 위해 보사연이 제시한 ▲SGR 개선모형 ▲GDP증가율 모형▲MEI(의료물가지수)증가율 모형 ▲GDP증가율과 MEI증가율 연계 모형 등 4가지 모형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3월중 가입자·공급자·정부 등으로 구성된 제도발전협의체 논의를 거쳐 합의된 모형을 선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단 관계자는 "제도발전협의체는 가입자 위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올해 재정운영위원회 구성 자체가 안되면서 제도발전협의체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지난해 연구용역을 거쳐 마련된 개선모형에 대해서는 이미 공급자와 가입자 간에 논의가 있었다. 현행 SGR 모형에 4개의 모형을 모두 활용해 참조 값으로 제시해 모형을 다양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가 협상을 위해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의료계가 요구했던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단체 위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도 묘연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재정위는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명으로 구성한다. 이 중 직장가입자 대표 10명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3월, 늦어도 4월 중순에는 구성을 하고 회의를 열어야 하는 재정운영위원회를 5월까지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5월에 들어서야 가입자 단체 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했고, 5월 8일까지 회신을 요구해 일부 목록에서 제외된 노조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등 잡음도 뒤따랐다.
대개협 "지난해와 변한 것 없는 수가협상, 불합리한 수가협상 틀 깨야"
결론적으로 지난해 대한의사협회가 요구한 개선방안 중 개선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 의료계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공단은 밤샘 협상 탈피를 위해 협상 마지막 날인 5월 31일 재정소위원회 개최 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겨 개최하기로 하고, 의‧약단체장 합동간담회 전에 공급자-가입자-공단이 참여하는 간담회 형태의 소통 기회도 마련해 공급자가 의료현장의 실태와 경영상황을 가입자에게 의견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원급 수가협상단장으로 2년 연속 참여한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스스로 수가협상 권한을 포기하며 수가협상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수가협상 SGR 모형에 대한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내용이며, 공단도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SGR 모형을 만든 미국도 사용하지 않는 모형"이라며 "올해는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고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났어도 똑같은 SGR 모형을 가지고 수가협상을 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SGR 모형은 거시지표의 선택과 목표진료비 산출 적용 시점에 따른 격차 발생, 장기간 누적치 사용에 따른 과대(과소) 편향 가능성, 산출결과의 실효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미국 등도 그 사용을 2015년 영구 폐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정하는 재정위원회에 공급자단체가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시민단체, 경영자 단체 정부만 포함돼 있다 보니 의료계의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도 없다. 지난해 수가협상단장들과 함께 재정위원회에 가서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공급자 단체를 들어올지 여부를 놓고 2~30분 동안 토론했다"며 "겨우 의료계의 어려움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는데도 5분 발언하고 나가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가모형은 하루아침에 개선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재정위원회에 당사자인 공급자단체도 들어가서 밴드를 함께 정할 필요가 있다"며 "건보 재정 규모를 작게 정하다보니 공급자 단체 간에 나눠먹기로 경쟁만 하게 된다. 재정위원회에 의료계가 들어가지 않으면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한 것을 통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2023년도 의원유형 수가협상에서 공단이 제시한 2.1% 인상률을 받아들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대개협은 이번 수가협상에 아예 의료계 차원에서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수가협상의 구조, 틀을 깨야 할 때다. 더는 말도 안되는 수가 협상 방식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매번 반복되는 불합리한 수가협상의 구조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의협 회장님께도 서신을 통해 수가협상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수가협상 참여 거부까지 고려했던 의협은 일단 감봉천 기획부회장을 수가협상단장으로 선정하고,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백재욱 의협 보험자문위원으로 수가협상단 명단을 확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