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월부터 12월 20일까지 총 10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승인하면서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총 26품목이 됐다. 또한 업계에서 기다리던 '상호교환성(interchangable)'에 대한 최종 지침과 함께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 지침 초안도 발표하면서 2019년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으로 바이오시밀러 매출 증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특허권 등의 이슈로 2018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셀트리온(Celltrion)의 인플렉트라(Inflectra, 램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의 렌플렉시스(Renflexis)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됐다.
그러나 2019년 7월 암젠(Amgen)과 앨러간(Allergan)이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바베시주맙) 바이오시밀러인 엠바시(Mvasi)와 허셉틴(Herceptin,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칸진티(Kanjinti)를 출시한데 이어 11월 셀트리온이 첫번째 맙테라/리툭산(Mabthera/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Truxima)를 론칭하고, 12월 마일란(Mylan)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오기브리(Ogivri) 출시하면서 제품군이 늘고 있다.
내년에는 화이자의 트라지메라(Trazimera)와 셀트리온의 허쥬마(Herzuma),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Ontruzant)가 트라스투주맙 시장에 추가로 출사표를 던지는 등 더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처방약 가격 낮추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FDA는 직접 의약품 가격에 관여할 수 없는 대신 의약품 경쟁을 심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체계를 끊임없이 현대 과학 수준에 맞춰 정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올해는 2개의 지침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FDA는 5월 상호교환성에 대한 지침(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Interchangeability With a Reference Product Guidance for Industry) 최종본을 발표했다. [관련기사=美FDA,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 최종 지침 발표]
상호교환성은 처방자의 개입 없이 약국 수준에서 오리지널 생물학적 제제를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수 있는 법적 자격으로, 어느 환자에게 투여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임상적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FDA는 제약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법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해당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상호교환성을 승인할 수 있다.
최종 지침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스위칭 연구 데이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면 FDA에 상호교환성 입증의 일환으로 데이터가 필요없다는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연구 설계에 대해서도 사례별로 유연한 접근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또한 적절한 데이터와 정보가 뒷받침된다면 미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비교제품을 사용한 스위칭 연구도 가능하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사용(substitution)을 허용하도록 법을 마련한 만큼 상호교환성이 인정되는 제품은 약국 수준에서 오리지널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대체될 수 있다.
또한 2020년 3월 23일부터 승인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NDA)는 공중보건서비스법(Public Health Service Act) 제351조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승인된 BLA)에 대한 허가로 간주된다.
NDA가 승인된 인슐린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개정법에 따라 BLA 승인 제품으로 간주되면, 추후 '참조 제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참조제품은 FDA로부터 이미 승인받은 생물학적 제제로, 제안된 바이오시밀러 또는 상호교환가능한 제품과 비교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다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아닌 전환 제품의 바이오시밀러이거나 교환가능한 제품에 대한 승인 신청서 제출이 가능하다. FDA는 이를 통해 제품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개정법 시장 전까지 상호 교환성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상호교환가능한 인슐린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상호교환성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에 속도내는 美FDA]
또한 생물학적 동등성(biosimilarity) 입증을 위한 새로운 지침 초안도 발표했다. FDA는 2017년 생물학적 동등성 평가를 위한 지침 개정 초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했고, 2018년 6월 과학 및 규제 이슈를 고려해 이를 철회했다. 이 지침 초안은 철회된 지침을 대체하는 것이다. [관련기사=美FDA, 바이오시밀러 교체처방 이어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 지침초안 발표]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명확한 규제 정립이 진행되는 동안 캐나다에서는 주정부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오리지널 사용을 허용하는 의무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캐나다는 미국보다는 작지만 단일국가로 의약품 시장이 매우 큰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관련기사=캐나다 BC주, 바이오시밀러 의무전환 시작…온타리오·앨버타도 정책 고려]
강력한 바이오시밀러 사용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다. BC주는 5월 행정예고한데 이어 11월 본격적으로 공적 의약 프로그램인 파마케어(PharmaCare)를 사용하고 있는 특정 적응증 환자에 대해 의무전환을 시작했다.
대상 의약품은 란투스(Lantus, 성분명 인슐린 글라진)와 엔브렐(Enbrel, 성분명 에타너셉트),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 대상 적응증은 강직성 척수염 또는 당뇨병, 판상 건성, 건선성 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다.
이들 적응증에서 브렌시스(Brenzys)나 렌플렉시스, 인플렉트라와 같은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는 대신 오리지널 생물학적 제제를 계속 사용할 경우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BC주에 이어 온타리오주(Ontario)가 연말 전 바이오시밀러 전환 정책을 고려할 것이라 밝혔고, 앨버타주(Alberta) 또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2020년부터 캐나다에서 바이오시밀러 전환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와 정책이 뒷받침되고 선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사용 경험이 축적돼 관련 데이터가 학회에 보고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경험이 적은 북미지역 의사들의 인식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11월 미국 류마티스학회 연례 학술대회(2019 ACR/ARP Annual Meeting)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류마티스 전문의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물학적제제 초치료 환자의 치료 시작 관련 이해도와 수용도가 높았다. [관련기사=美류마티스 전문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이해·수용도 늘었다… 스위칭·외삽에선 아직]
앞서 6월 캐나다류마티스학회(Canadian Rheumatology Association, CRA)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전환이나 대체사용(Substitution), 적응증 외삽법(Extrapolation)에 대해 기존보다 완화된 입장을 새로 발표하며 바이오시밀러 사용 시 비용효과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문구도 추가했다. [관련기사=캐나다류마티스학회, "비용절감 염두에둬야"…바이오시밀러 사용 입장발표]
CRA는 "류마티스 질환 관리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의 위험/혜택률에 대한 근거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면서 "CRA는 류마티스 전문의가 환자들에게 개장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재정적 책임도 지도록 권장한다. 류마티스 전문의는 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중 선택할 수 있으면 가장 비용효과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고려해야하고, 비용절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