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화이자(Pfizer)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미국 시장 경쟁에 가세할 채비를 마쳤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화이자의 아브릴라다(Abrilada, 개발명 PF-06410293)를 승인했다. 화이자는 오리지널사인 애브비(AbbVie)와의 특허 합의에 따라 2023년 11월 20일부터 미국에서 판매 가능하다.
FDA의 이번 승인에 따라 미국에서 허가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암젠(Amgen)의 암제비타(Amjevita),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실테조(Cyltezo), 산도스(Sandoz)의 하이리모즈(Hyrimoz),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의 하드리마(Hadlima, 유럽 판매명 임랄디)를 포함해 총 5개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의약품으로 꼽히는 휴미라는 애브비가 제조·판매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치료제로,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온다. 2018년 휴미라의 글로벌 매출은 199억 3600만달러였고, 이 가운데 미국 매출만 136억 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4분기부터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직접 경쟁을 시작했지만 아직 경쟁이 없는 미국에서는 매출이 오르고 있다. 2019년 3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으로 인터내셔널 부문 매출은 10억 49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음에도 미국에서 매출이 38억 8700만달러로 9.6% 오르면서 전체 매출은 3% 감소에 그쳤다.
때문에 애브비는 미국 시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예를들어 2017년 베링거인겔하임이 FDA로부터 실테조 승인을 받으면서 소송전이 시작됐을 때 애브비는 휴미라 관련 100개가 넘는 특허가 있으며, 이 중 74개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고, 이 중 8개가 인정됐다.
결국 암젠을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오리지널 제품의 높은 특허 장벽을 넘기 위해 애브비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3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합의, 특허 관련 소송을 종결시켰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9개 회사가 애브비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M923 개발을 포기한 모멘타(Momenta)를 제외하면 8개 회사가 계약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암제비타로 특허 라이센스 날짜는 2023년 1월 31일이다. 다음으로 ▲6월 30일 하드리마 ▲7월 1일 실테조 ▲7월 31일 마일란(Mylan)의 훌리오(Hulio) ▲9월 30일 하이리모즈 및 프레제니우스카비(Fresenius Kabi)의 이다시오(Idacio) ▲11월 20일 아브릴라다 ▲12월 15일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 CHS-1420 순이다.
암제비타와 하이리모즈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판매사인 암젠과 산도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별 제품에 대한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랄디(하드리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 지역 마케팅 파트너사 바이오젠(Biogen)을 통해 실적이 공개되고 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임랄디 매출은 4930만달러였고,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11개월 누적 매출은 1억 4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MSD가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할 예정이다.
훌리오(Hulio, 개발명 FKB327)는 마일란(Mylan)이 일본 후지필름 교와 기린 바이오로직스(Fujifilm Kyowa Kirin Biologics)로부터 도입한 바이오시밀러다. 처음에는 유럽 시장에 대한 라이센스만 확보했지만 올해 5월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Biocon)과 함께 글로벌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유럽에서는 2018년 9월 허가를 받은 뒤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허가받지 않았다. 유럽에서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마일란은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훌리오가 독일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프레제니우스카비는 뒤늦게 유럽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다시오는 프레제니우스카비의 첫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올해 4월 유럽위원회(EC)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5월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아직 판매 허가를 받지 않았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 베링거는 유럽에서 허가만 받은채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2017년 10월 유럽에서 실테조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약 1년 뒤인 2018년 11월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상호교환가능성(interchangeability)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도 진행하면서, 미국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화이자는 2018년 12월 초 애브비와 합의를 마치고,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 파이조클라드(Fyzoclad)라는 브랜드명으로 제출한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화이자는 EMA에 휴미라의 모든 적응증을 포함한 것과, 특허청구 적응증을 제외한 것(skinny label)에 대한 총 2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애브비와 특허분쟁에 합의하면서 제한된 적응증 신청서(파이조클라드)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단 이미 여러 제품이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지는 알 수 없으며, 아직 EMA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지 않았다.
코헤러스는 올해 1월 애브비와 휴미라에 대한 비독점 라이센스 권한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CHS-1420의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준비하고 있으며, 2019년 말 FDA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모멘타는 일찍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2018년 11월 애브비와 특허 계약을 체결, 2023년 11월 20일부터 후보물질인 M923을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8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휴미라의 특허 소송합의와 관련된 시장 기회의 변화로 M923의 적극적인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컨퍼런스 콜에서 모멘타는 애브비와의 합의에 따라 최대 8명의 플레이어가 한번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점에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