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생물보안법이 발의되고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신뢰되가 크게 하락했고,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의 운영 방식을 재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컨설팅기업 LEK 컨설팅(L.E.K. Consulting)이 바이오제약기업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위탁개발생산기업(CDMO), 투자자 등 생명과학 관련 기업 7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생물보안법은 적대적 외국과 관련된 바이오기술 제공업체와 연방정부 계약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지난해 12월 처음 언급됐다. 이 법안은 초당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의 목표는 우시앱텍(WuxiApptec)과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베이징유전체연구소(Beijing Genomics Institute, BGI) 그룹과 자회사인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Complete Genomics) 등 특정 중국 생명공학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관련기사="외국의 적대적 바이오텍 서비스 금지"…미국 상·하원 중국 겨냥한 초당적 생물보안법 발의]
조사 결과 미국 소재 생명과학 기업의 경우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신뢰도가 30~50% 하락했으며, CDMO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외 지역의 기업들도 우려하고 있지만 신뢰도는 감소는 20~30% 정도로 그 정도가 덜했다.
중국 파트너와의 협력에 대한 신뢰도를 0~10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미국 기업의 중국 CDMO와의 협력에 대한 신뢰도는 49%로 가장 급격하게 하락했고 CRO 파트너는 32%, 신약 개발 파트너는 36% 하락했다.
생명과학 기업의 26%는 현재 중국 공급업체로부터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제 전환 조치를 취한 기업은 2%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의 16%는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중국 이외의 파트너를 고려할 것이라 답했다. 의사 결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답한 곳도 11%였는데, 이는 법안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월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기 위해 법안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수정안이 제안됐으나 불발됐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이미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생명과학 기업의 68%가 법률 및 규정 준수 요건을 강화하고, 공급업체 다각화를 계획하며, 기존 파트너에 대한 신원 조회를 추가하는 등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법안은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의 운영 방식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법은 잠재적으로 해당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업스트림 수요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최종 법안의 불확실성(예: 어떤 기업이 우려 대상 바이오텍 기업으로 지정될지 등)과 언급된 기업 이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향후 더 많은 중국 CRO/CDMO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규모 중국 CDMO/CRO들은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창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시앱텍은 2023년 매출의 65%를 미국에서 창출했다.
보고서는 "제약회사가 생산을 다각화하려고 할 때 중국 외 CRO/CDMO가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에보텍(Evotec), 후지필름 디오신스(Fujifilm Diosynth)와 같은 계약 기업에서 탐색적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일본, 한국 및 기타 시장의 CDMO는 중국 CDMO가 포기한 자리를 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필요한 검증 프로세스와 규제 승인을 고려할 때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바이오협회(BIO)가 5월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중국 CDMO/CRO의 지원을 받는 제품 또는 계약을 보유하고 있고,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데 최대 8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편 생물보안법안에 따른 기회를 잡기 위해 인도가 바이오의약품 CDMO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의약품 생산의 중심이었으나, 전통적으로 저분자 활성의약품원료(API)와 제네릭 의약품 중심이었다. 최근 대형제약사인 닥터 레디스(Dr. Reddy’s)와 바이오콘(Biocon)의 자회사는 물론 다른 제약사들도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