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7월 1일부터 대폭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적용될 예정이지만, 예상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몇주 이상 방역 완화 지침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태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급격한 유행 확산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연기 대신 '특별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적 모임 6명 허용…정작 확산 추세는 증가, 800명대 가능성도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는 경제 활성화와 백신 접종 등을 고려해 기존 방역수칙보다 완화된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되며 단계별 상향 기준도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별로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단계가 적용된다. 1단계는 사적모임과 다중이용시설 제한이 없으며 500인 이상 행사에 대해 사전신고가 이뤄져야 하고 집회는 500인 이상은 금지된다.
2단계는 사적모임이 8인까지 허용되고 유흥시설 등 노래연습장과 식당, 카페 등 영업이 기존 오후 10시에서 12시로 늘어난다. 행사와 집회는 100인 이상이 모일 경우 금지된다. 원칙대로라면 2단계인 수도권은 8명까지 사적 모임이 허용되지만 7월 14일까지는 6명까지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그러나 방역 완화 조치를 앞두고 전국적인 확산 추세는 늘어나면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29일 오전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가 최소 736명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날 야간 발생자까지 포함한다면 700명 후반대에서 800명대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일주일 동안 발생한 누적 확진자는 3997명으로 1일 평균으론 571명이다. 특히 이 중 대부분인 436.7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전 주에 비해 115명이 증가한 수치다.
"방역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비춰질 수 있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 연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향후 800명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유행 추세는 한달 전 예측에서 가장 좋지 못한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림대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월 이후에나 가능한 일들이 7월로 당겨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접종률이 올라 기뻐하고 있다가 방역 완화 카드를 꺼낸 정부가 답답한 상황"이라며 "2~3개월 정도 조금만 더 차분하게 정책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G-ABC)는 코로나19 유행예측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방역 조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7월 이후 확진 감소가 뚜렷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방역완화 조치가 예정되면서 예상됐던 확진 감소 시나리오에 애로사항이 생겼다는 게 정재훈 교수의 견해다. 그는 이번 거리두기 완화 지침이 7월부턴 방역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코로나19 유행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시간이 연장되는 개별 정책보단 방역 완화 조치 자체가 국민들에게 7월부턴 과거로 거의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로 전달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방역완화 정책 시행 전부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의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방역 완화 조치가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최근 확진자의 연령층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사회적 활동이 많은 인구집단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면 확산의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백신 접종은 사망율 감소엔 유의미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차단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완화 조치 연기 대신 유흥시설과 학원, 종교시설 등 감염위험이 높은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특별방역 점검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검사역량을 강화해 선제검사를 확대하고 청년과 장년층 이용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