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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P 저해제의 치료 영역은 얼마나 더 넓어질까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19-10-18 06:29
    최종업데이트 2019-10-18 06:29

    사진: Dr. Kraus 연구팀 논문의 Graphical Abstract
    (출처=Molecular Cell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과거 항암제 치료라 하면 주로 암세포 DNA에 직접 작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만을 의미했기에 치료 영역이 상당히 넓었다. 몸의 일부에만 부분적으로 작용하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와 달리 항암제를 주사 또는 먹는 약으로 투여하면 혈액 중으로 흡수되므로 몸에 퍼져 있는 암세포에 작용하는 전신적인 치료 방법이다.

    항암제 개발이 진전하면서 독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표적 치료제에 집중하게 됐다. 표적 치료제는 암이 발생하는 과정의 특정 표적 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세포 간의 신호전달경로, 새로운 혈관의 생성 및 세포주기조절이나 사멸과 관련한 유전자발현 등 암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된 기전에 작용하기에 치료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왜 PARP 저해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지난 3년 연속으로 주목을 받은 항암제가 되었나? 공통점은 활용 가능한 대안이 거의 없는 치료하기 어려운 암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임상 연구로 증명해 치료 영역을 넓혀갔다는 것이다.

    DNA 복구가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해 발생된 암 세포의 경우에는 시스플라틴(cisplatin)과 같은 DNA에 손상(damage)을 주는 항암제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 1990년대 말부터 제안됐다. 소위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이론을 축으로 연구 개발된 표적 항암제가 PARP 단백질 저해제다.

    많은 이전 실험 결과 PARP-1 단백질 저해 시 정상세포와는 달리 암세포에서 선택적으로 강한 세포독성이 유발되는데, 이는 후속의 DDR(DNA damage response)이라는 수선(repair) 시스템이 우리 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PARP 단백질은 DNA 복제 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에러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이다. 핵에서 손상된 DNA를 인지해 활성화된 후 DNA 수선 관련 단백질들을 불러모아 번역 후(post-translation) 과정을 통해 활성화시키는 핵심 효소다. 지금까지 많은 PARP 패밀리(family)가 알려졌지만, 오직 PARP-1과 PARP-2 단백질만이 poly(ADP-ribosylation) 가능한 DNA-수선 효소로 밝혀졌으며 세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실험적인 결과를 근거로 PARP 저해제는 BRCA 돌연변이가 있어야 듣는다고 알려져 있다. DNA 손상, DNA 수선 영역의 작용이다. 상대적으로 작용 영역이 좁은 것이다. 그러나 린파자는 BRCA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 서도 잘 작용한다.

    왜 그럴까? 우리가 모르는 치료 영역이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24일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UT Southwestern)의 크라우스(W. Lee Kraus) 박사팀에서 과학 저널 '분자 세포(Molecular Cell)'에 출간한 'Activation of PARP-1 by snoRNAs Controls Ribosome Biogenesis and Cell Growth via the RNA Helicase DDX21' 논문이 치료 영역에 대한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연구팀은 PARP 저해제는 DNA 수선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리보솜(ribosome)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리보솜은 암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을 하는 세포 소기관(organelle)이다. PARP 저해제가 BRCA 돌연변이를 가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하던 범위를 넘어 3~4배까지 더 넓은 환자군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유방암 환자의 5~10%, 난소암 환자는 약 15%가 BRCA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만 유방암 환자에게서는 최대 70%까지도 약물을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가름한다.

    크라우스 박사팀은 세포 '핵소체(nuleoi)'에 있는 DDX21이 작용하기 위해 PARP-1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핵 내부에는 핵소체(nucleolus)라는 비교적 밀집된 부분이 존재하며, 여기서 리보솜이 만들어진다. DDX21은 리보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효소다. PARP-1이 없을 때는 DDX21은 핵소체를 나와서 리보솜 RNA의 전사를 막는다. PARP-1 저해제를 치면 DDX21이 리보솜 생산을 막아 그 결과로 암세포 성장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RNA가 없으면 리보솜이 제대로 조립되지 못하고 리보솜이 없으면 단백질 전사가 적어 적은 양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암 세포는 빠르게 자라나기 위해 계속해서 DNA를 복제해 단백질을 만든다. 그 결과 세포성장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서 아쉬운 것은 아직 DDX21를 바이오마커로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UT 사우스웨스턴 임상의들과 함께 DDX21바이오마커를 가진 유방암, 난소암 환자에게 PARP-1 저해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팀은 PARP-1 저해제의 환자선정 바이오마커로 '핵소체에서 높은 DDX21 수치'를 제시한다. 선정된 암 환자들을 먼저 그들의 암 핵소체에 DDX21가 존재하는 가를 구별할 것이다. 핵소체에 DDX21가 존재하지 않으면 PARP-1 저해제를 처리할 필요가 없기에 선정에서 제외한다. 핵소체의 DDX21가 있는 가에 따라 PARP-1 저해제에 대한 세포 반응성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라우스 박사팀 말고도 PARP-1 저해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미국 예일대학교와 펜실베니아대학교 연구팀도 BRAC 돌연변이를 넘어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PARP 저해제와 BET 저해제를 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PARP는 DNA 손상을 인지해 이를 수리하는 단백질을 불러 모으는 핵심 인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 개발 회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치료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치료 영역이라는 것이 중요하지만 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안전이 입증된 약으로 내 개인의 특정한 암을 치료하는 영역이 넓혀지는 것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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