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5일 성명서를 통해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의한정협의체는 불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언론을 통해 8월 31일 있었던 협의체 회의에서 의료일원화 관련 논의가 있었고, 회의 내용을 비밀에 부친데 대한 입장이다.
병의협은 “의한정협의체는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법안에 대한 대안 목적으로 만들어져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라며 “한의사들은 의료인 면허의 배타성을 부정하고, 한의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면서까지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지난해 국회는 황당하게도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법안 심의를 유보하는 대신에 의한정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한정협의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별다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협은 “한방과의 일원화 논의는 아직까지 의료계 내부에서 근본적인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 의견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의한정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의료일원화를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면 이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잘못된 법안 발의로 논란이 됐다면 국회 스스로 법안을 파기하면 된다. 논란과 파장이 커지니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엉뚱하게 협의체를 만들어 공을 넘겼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한의사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의한정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된 협의가 될리가 만무하다. 한의사들의 요구는 학문적으로나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만큼 협의할 내용도 실제로는 없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한정협의체는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하지만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함께 의료일원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의료일원화 논의는 자칫 잘못하면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고,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 치료를 학문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의료일원화 논의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치열한 사안이다. 먼저 의료계 내부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결론이 도출이 된 이후에 정부나 한의계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협의체 비공개 회의에서 회원들에게 내용 공유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목적과 결과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의협은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한의사들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라며 "한의학은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의과의료기기와 한의학과의 학문적 관련성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병의협은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의한정협의체는 불필요하다. 국가가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 작업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