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병원에서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파업에 참여했던 이른바, 무단 결근 전공의가 대상이다.
국립중앙의료원(NMC) 고임성 부원장은 24일 개원 6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들에게 징계가 완전히 내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근무지를 이탈한 정도에 따라 전공의 평가 점수 등을 책정하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물리적 징계보다는 전공의 평가 점수나 연차, 근무 일정 등 조정을 통해 개인적인 불이익이 가해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감봉 등의 물리적 징계라기 보단 평가점수나 휴가 등 향후 개인 스케줄에 따른 불이익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부 전공의들이 근로 원칙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파업에 참여했다는 여당 측의 주장에 따라 급물살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무단 결근한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정무위 국감에서 무단 결근 후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보훈병원은 공공의료 단일기관으로 규모가 제일 크다"며 "보훈병원 전공의 수련지침 등을 보면 '재해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병원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왜 무단 결근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들이 지침을 어겼는데 징계는 했느냐"고 질의했다.
당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양봉민 이사장은 "원칙적으로 지적한 부분이 맞지만 징계 대신 개인 연차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무단 결근 전공의에 대한 징계 여부는 최근 수련기관 협의체에서 논의됐으며 기본적인 틀에서 합의는 이뤘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MC 관계자는 "연차를 사용한 전공의 이외에 무단 결근한 전공의들을 병원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논의가 진행됐다"며 "현재 개인 스케줄에 대한 불이익 정도로 방향성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NMC에서도 아직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타 국공립 수련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지난주 자체적으로 전공의 교육위원회 회의를 통해 징계 수위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로 참석한 A씨는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간단히 소명한 뒤 회의를 나왔고 회의 당시 전공의 징계 수위가 바로 결정되진 않았다"며 "그 뒤에도 교수 위원들이 징계 수위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이번 주 내로 수위가 결정돼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다만 직접적으로 전공의들이 피해를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징계 수위가 발표된 다음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당시 모든 전공의가 연차를 사용한 곳도 있다. 서울의료원는 파업 당시 모든 전공의들이 연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해 단체행동 기간 동안 전공의들이 대부분의 연차를 소진했다.
서울의료원 이한영 전공의 대표는 "우리는 애초에 각자 연차를 사용해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했다"며 "이 때문에 병원 차원에서도 특별한 징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상당히 많은 병원에서 아직 전공의 징계와 관련해 진통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수 국공립 수련병원에서 아직 전공의 파업 참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원칙상으로 무단결근 3일이면 전공의법 상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도록 명시돼 있다"며 "병원에서 넘어가려고 해도 다른 직군에서 의사만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