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최근 공개한 충수돌기절제술 관련 의료분쟁 사례를 두고 “결과론적으로 의료행위를 판단하면서 과실이 아닌 것이 과실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21일 서울의대 의학도서관 우봉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가 소아외과계 등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최근 SNS에 공개한 카드뉴스는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약 2년 뒤 남아 있던 충수돌기에 다시 염증이 생겨 재수술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환자 측은 첫 수술 당시 충수돌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재발했다며 수술과 경과관찰, 설명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정원 감정에서는 첫 수술 자체는 적절하게 시행됐고, 염증이 심하거나 충수돌기의 위치가 특이한 경우 일부가 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첫 수술 뒤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면 추가 CT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통상적인 진료 범위로 봤다. 다만 의료진이 충수돌기 잔존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재발 가능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최종적으로 양측 합의를 통해 의료기관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사례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카드뉴스로 제작해 홍보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아과 의사로서 그 카드뉴스를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걸 보고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복막염이 와서 떡이 된 장을 수술해서 최선을 다해서 뗐을 거다. 장이 퉁퉁 부어 있는 걸 어디까지 절제하면 되나. 통째로 잘라내야 하나.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자꾸 결과론적으로 얘기를 하니 과실이 아닌 게 과실이 되고 필연인 게 의도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실제 수술의 난이도와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그는 “수술 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단 이유로 금지하는데,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며 “혈관을 잇는다는 게, 장기에 손을 대는 걸 레고 블럭을 쌓다가 잘못 끼워 넣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 몸은 교과서 그림처럼 동맥은 빨간색, 정맥은 파란색으로 구분돼 있지도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걸 다 너무 쉬운 것처럼 말하고 당연히 실수했으면 배상해야 된다고 한다. 이 개념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필수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병원뿐 아니라 로컬과 시장이 함께 살아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교수들도 개원가에서 돈을 많이 버니 후학들이 자꾸 이탈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문제인가”라고 했다.
이어 “신경외과도 척추 영역에서 시장이 유지되기 때문에 전공의가 들어오고, 그중 일부가 뇌수술 분야로 가는 것”이라며 “시장과 로컬이 살아 있어야 해당 전문과 자체의 명맥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고도로 전문적이고 희소한 필수의료 영역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의료진에게 사명감만 요구하는 구조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극도로 희소하고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 멸종하는 경우는 의료 외에는 우리나라에 없다”며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는 상식적이지 않은 환경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런 영역을 사회가 자꾸, 심지어 정부가 사명감으로 하라는 건 폭력”이라며 “사명감이란 말이 1인칭 문장을 벗어나는 순간, 특히 국가가 그 말을 하면 그건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힘든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라며 “‘여기 와서 어려운 사람을 좀 도와달라’는 요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스파이더맨이 돼서 108층에 있는 사람을 구해 와라’라고 요구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의사들에게 그런 수준의 일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소아외과계를 향해서는 현장의 어려움을 정책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했다.
이 의원은 “소아외과계 문제를 이슈화시키려면 아주 자극적인 이슈, 아주 충격적인 숫자 혹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며 “탈모의 경우도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 일사불란하게 복지부가 움직였다. 물론 여론 때문에 막히긴 했지만, 그런 걸 보면서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라도 전략적으로 노골적이고 냉정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다른 직역, 예를 들어 간호사 등 병원내 타 직역, 그 외 교사단체 등과도 강력하게 연대를 맺어서 현장에 정말 도입돼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키워드화시켜 이슈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