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토요일 '교회오빠'라는 영화를 봤다. 2017년 12월 KBS 스페셜이 나간 후 환자가 재발해 악화돼 40세 생일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투병과정을 다큐에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이다. 부인 오은주가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을 나오는 날, 남편 이관희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는다.
37세 청년의 나이에 암 진단을 받고 암과 전쟁을 치르는데 아들의 암투병에 가슴앓이 하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얼마 뒤 부인 오은주마저 혈액암 4기 판정을 받는다. 부부가 동시에 4기 암 투병을 한다. 온갖 어려움이 한꺼번에 계속 닥치는 영화 같은 현실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을 하면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보내고 실지 않을 거야. 그 시간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 사람을 축복하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것이 내가 요즘 생각하는 나의 투병기……인간의 관점에서는 지금 이 질병, 이 고난, 이런 여러가지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는가 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내가 이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관희의 고백에서)
대장암의 경우 암이 몇 기인가보다 유전자 타입에 따라 생존율 등 예후가 달라진다. 이관희의 대장암은 어떤 유전자가 문제였을까?
대장암의 90~95%를 차지하는 특발성 대장암은 정상 점막에 APC, K-RAS, P53의 순차적인 유전자 결함이 축적돼 선종, 선암종으로 진행된다. 대장암에서 K-RAS 돌연변이를 가지면 예후가 좋지 않다. K-RAS의 돌연변이는 산발성 대장암이나 1㎝ 이상의 선종의 50%에서 발견되기에 '교회오빠' 이관희의 대장암은 바로 K-RAS 돌연변이가 Driving Mutation이었을 확률이 가장 높다.
암유전자(oncogene) RAS는 원형질막에 연관돼 있고 189개의 아미노산(21 kDa)으로 이뤄진다. GDP 또는 GTP 중 어느 하나에 결합하는 RAS는 분자 스위치로 작용한다. RAS가 GDP에 결합한 상태면 비작동 상태가 되어 '불활성화'된다. 세포가 특정 성장 촉진 자극에 노출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RAS는 그와 결합된 GDP가 GTP로 교환된다. GTP 결합으로, RAS는 '스위치가 켜진(switched on)'상태가 돼 신호를 이어 갈 다음 '표적 단백질'과 상호작용하고 그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RAS 단백질 자체는 GTP를 다시 GDP로 가수분해 시킴으로써 스스로 꺼진 상태로 전환되는 고유 능력이 매우 낮다. RAS의 스위치를 끄려면 GTP가 GDP로 전환되는 것을 가속화시키는 GTPase-활성화 단백질 (GAP)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필요하다. GAP와 상호작용하거나 또는 GTP를 다시 GDP로 전환시키기 위한 능력에 영향을 주는 RAS의 모든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장기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세포에 성장과 분열을 계속하도록 전달하는 신호를 장기화하는 것이다.
암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RAS돌연변이는 특히 아미노산 서열의 G12, G13, Q 61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GAP에 의한GTP 가수분해에 저항성을 가져 RAS가 지속적으로 스위치가 켜진 상태를 유지하게 돼 암을 키운다.
RAS의 이런 중요한 스위치 작용 때문에 항암제의 뛰어난 타깃이 될 수 있다. RAS 저해 치료제 개발은 지난 30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첫 접근법으로 필자가 오랫동안 쉐링프라우(Schering-Plough)에서 진행했던 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FTI)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RAS 단백질이 활성화되기 위해 꼬리부분에 작용하는 FTase를 억제해 암유전자의 활성을 막는 방법이다.
그렇게 예상대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FTI를 투여하면 K-, N-RAS를 가진 종양세포가 교묘히 Farnesyl (C-20)보다 5개의 탄소가 많은 Geranylgeranyl(C-20)로 변화해 세포막에 계속 존재하면서 RAS활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임상실험에서 실패했다.
두 번째로 RAS 암유전자와 위에 언급한 각각의 단백질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차단하는 방법을 이용해 RAS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법이 연구됐다. 이런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RAS와 GTP의 결합력이 매우 강력해 합성신약을 통해 결합을 억제하려면 고농도의 약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약물 사용의 농도는 독성반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단백질, 단백질들이 상호작용을 해지하는 합성신약을 얻어내기가 너무 어렵기에 아직도 저해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또한 RAS 단백질이 세포막 안쪽에 위치하고 있고 RAS단백질이 가지는 특유의 구조 형태로 인해 K-RAS GTP포켓(pocket)이 작고 GTP 결합력이 강해 약물이 반응하는 위치로의 접근이 어렵다. K- RAS 돌연변이는 G12C, G12S, G12R, G12F, G12L, G12N, G12A, G12D, G12V, G13C, G13S, G13D, G13V, G13P, S17G, P34S, Q61K, Q61L, Q61R 및 Q61H로 이뤄진 변이고 하나 이상이 선택돼 존재하기도 한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RAS유전자에 의해 형성된 단백질은 계속 GTP와 결합해 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되면서 종양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유발하게 된다.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억제 항암제를 사용해도 EGFR의 하위 개념인 RAS가 돌연변이로 인해 계속적으로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
G12C 돌연변이 상태는 다행히 변이된 시스테인(C) 때문에 작지만 그래도 조금 넓어진 공간이 존재해 변이된 아미노산 시스테인(C)에 저해제를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붙여 RAS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비소세포암의 14%, 대장암의 5%가 G12C 돌연변이 상태이기에 이를 기준으로 암을 치료하는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중이다. 이것도 2013년에 미국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itute)에서 시작한 'Ras Initiative' 덕이다.
지난 5월 16일자 '피어스바이오테크(FierceBiotech)' 뉴스에 의하면 암젠(Amgen)은 진행 중인 AMG510에 대한 임상실험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곧 5월 31일부터 시작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팅의 초록을 미리 발표한 것이다.
AMG510은 K-RAS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제공하기에 제약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초기 임상이다. 22명의 G12C 돌연변이를 가진 후기 암환자를 임상실험에 등록했다. AMG510를 투여하고 6주 상태를 고찰한 10명의 환자 중에서 2명이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이고 6명에서 안정병변(stable disease, SD) 상태가 관찰됐다.
6명의 비소세포암 환자 중에서는 2명이 PR이고 2명에서 SD가 관찰됐다. 4명의 대장암 환자는 상당히 실망적인 결과였기에 '교회오빠'의 아픔은 계속될 것 같다. 아마도 암젠은 비소세포암 환자 치료에 무게를 더 둘 것 같다. 무엇보다 AMG510의 미래는 면역치료제 항PD-1과 병용 치료에 달려있고 아마도 SHP-2과 mTOR저해제와도 병용 투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같은 G12C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미라티 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SCO에서 어떤 임상결과들이 발표될 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G12D 돌연변이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높고 치료 시작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체생존 기간(overall survival, OS)도 ~6개월로 가장 짧아 무조건 도전해야 할 다음 타깃으로 거론된다. 항암제 개발 노력 중 난공불락으로 꼽히는 'K-RAS' 타깃을 위한 희망의 작은 불빛이 계속 비치기를 기도한다. 너무 고생하는 '교회오빠'의 아픔 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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