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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이중당직 완전범죄"

    전공의 80시간 조사 대비 편법 총동원

    '병협은 병원 편' 극복 못하면 진짜 위기

    기사입력시간 2015-05-13 08:16
    최종업데이트 2015-05-13 11:40

    병원협회(이하 병협)가 신뢰할 만한 병원신임평가를 보여주고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대한전공의협회(이하 대전협)가 독립된 전공의 수련평가기구 설립을 요구하는 가운데, 수련평가 권한을 사수하려는 병협 입장에서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무엇이든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전협이 의문을 품는 병원 당직자 기록에 관한 이중장부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중 당직표 ➙ 전자차트 대조

    이중장부표란 병원(혹은 의국)이 전공의 당직 연속시간을 '문서상으로만' 준수하기 위해 실제 당직 근무자가 아닌 전공의를 당직표에 기재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전공의 정원이 많지 않은 과에서 흔하다.
     

    예를 들어 연차마다 정원이 2명인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주치의(통상적으로 전공의 1년 차)는 2명이 번갈아가면서 1년 동안 당직을 맡기 때문에 주당 3.5일의 당직을 하게 된다.

    이것은 현행 수련지침인 '주당 당직 3일 제한'에 어긋난다.

    똑같이 고생을 겪었던 윗년 차 전공의가 맘 좋게 당직을 대신 서 줄리는 만무. 결국, 의국은 '문서상'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다른 전공의가 근무한 것처럼 당직표를 허위로 기재하는 것이다.
     

    병원 신임평가 준비를 담당했다는 전임의 김모 씨는 "평가 전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전자차트엔 실제 당직을 섰던 사람의 처방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어 당직표와 대조만 해봐도 조작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막상 평가를 받아 보니 평가원들도 우호적이고 평가 과정도 수월해 안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A라는 의사가 당직을 서면, 의국은 당직표에 B 의사 이름을 허위로 올리지만, 실제 입원 환자 처방은 A로 기록되기 때문에 처방전(A의사)과 당직표(B의사)엔 서로 다른 기록이 남는다고 한다.

    따라서 두 가지만 대조해도 이중당직표를 적발할 수 있지만, 병협은 이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병협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임의로 전공의를 선정해 당직표와 처방전 기록을 대조해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자차트 대조​ ➙ 전자 차트 서명 조작

    하지만, 병협의 개선에 맞춰 의국도 진화하는 법.
     
    일선 의사의 제보에 따르면 서울 모 대학병원 내과 의국은 이중당직표와 처방전 대조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공의에게 당직자 본인 이름이 아닌 당직표 상 이름으로  처방전에 서명하도록 지시한 것.

    즉, 실제 당직자 A가 허위로 당직표에 올린 B의 이름(전자 차트의 계정과 비밀번호)을 빌려 처방하면 처방전(B의사)과 당직표(B의사)가 일치하는 '완전범죄'가 가능한 것이다.

    의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꼼수를 부리는 대학병원 의국도 문제지만, 꼼수를 낳게 하는 병협의 안일함도 지적해야 한다.
     

    김 씨는 엄격해진 신임평가에 대비해 올해부터는 준비를 강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글쎄...작년 평가를 받아본 입장에서 절대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평가원들이 너무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직표 정도만 대충 확인하고 (병원의 힘든) 상황을 다 이해한다는 뉘앙스였다. 작년 분위기 봐서는 당직표만 잘 넘어가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이어 “우리 병원의 다른 과도 마찬가지다. 모두 잘 넘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특별히 대비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많은 병원이 전공의 수련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도 모든 병원이 페널티 없이 평가를 마친다면 의료계 여론도 더는 병협을 옹호하기 힘들 것 같다.

    병협이 이번 사안에 대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처를 보여준다면 "병협은 병원 편이다"라는 의료계의 선입견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