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전문병의원으로 개편…26개 의료취약지 지역거점병원 확충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의료기관 기능별로 세분화됐다. 내과계는 만성질환 관리를 중심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외과계 의원은 단일병원과 함께 전문병원으로 특화한다. 의료취약지에는 지역거점병원을 육성한다. 여기에 의료기관 개별 기능에 맞는 수가 가감(加減)을 하게 된다. 이는 11월에 발표된 문재인 케어 주제발표와 비교해 한층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보건행정학회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케어 성공전략을 모색한다-적정의료, 적정수가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접고 협상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라며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난관은 의료계의 협조를 얻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저수가를 어떻게 적정수준으로 올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기능 분화별 수가 가감방안 제시
김윤 교수는 우선 의료기관종별 기능을 일차진료기관과 전문진료의원(외래), 전문진료의원(입원), 전문병원(입원), 급성기·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6가지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병의원이 고유의 기능에 맞는 진료를 하면 수가 가산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가 감산을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처치료는 모든 종별에서 인상된다. 일차진료기관은 내과, 가정의학과 등 내과계 의원으로 1만4000개에 이른다. 여기는 만성질환 관리와 심층진료(15분이상 진료)에서 수가를 가산한다. 전문진료의원(외래)은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등 1만5000개 해당한다. 이는 심층진료를 가산한다.
전문진료의원(입원)은 외과계 의원으로 5000여개 해당한다. 여기에는 심층진료와 의원 역점 수술료를 가산한다. 전문병원(1000개)은 해당 분야의 수술에서 가산한다. 급성기 병원·종합병원은 경증입원·수술에서 가산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의원 역점 질환에서 수가를 감산하고 심층진찰과 중증입원·수술에서 가산한다.
김 교수는 “적정수가 전달체계에 기반한 적정수가 인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차진료기관은 경증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라며 “상급종합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볼 때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으로 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신 비합리적인 의료이용이 있다면 공급자와 환자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계적으로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위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지역거점병원과 전문병원의 육성이 필요하다”라며 “만성질환관리 기능에서 복지서비스와 연결하고 집단 개원을 통한 일차의료의 정립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취약지 지역거점병원·전문병원 육성
김 교수는 26개 의료취약지에서 300병상 이상 중소병원 규모의 지역거점병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병원에서 야간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대비하지 못하고 환자가 다시 대학병원으로 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비취약지에서는 전문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거점병원을 육성하기로 했다. 지역거점병원의 수요를 추정한 결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치료하는 심뇌혈관 권역센터 20개와 지역센터 70개, 소아응급센터 권역센터 20개와 지역센터 40개, 정신응급센터 35개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중소병원은 과도한 경쟁으로 기능 중복이 심하고 야간진료 등 핵심적인 중증 질환 진료가 취약해지고 있다"라며 “민간병원 간인수 합병을 허용하거나 공공병원의 병상 증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과계 전문진료의원(입원, 5000개)과 단과병원(5000개)은 전문병의원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진료 내용이 특정한 영역에 있을 때 전문병의원으로 두고 의료기관 인증이나 의료의 질에 기반한 가산을 주자는 것이다. 아(亞)급성기 병원(300개)은 회복기병원, 재활병원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기능과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병원에서 질병 난이도와 치료 횟수에서 차이가 컸다. 김 교수는 ”기능적으로 상급종합병원과 대형종합병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라며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단과의원이나 단과병원이 기능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내과계,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
내과계 일차진료기관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40명만 진료해도 수지 타산이 맞을 정도로 수가를 개편한다. 김 교수는 “기존에 요구해왔던 여러가지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있는데 이를 종합해서 제도화한다”라며 “만성질환에 대한 충분한 상담이나 교육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늘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원급에서 치료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고 관리 목표를 설정한다”라며 “이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만성질환에 따른 사망률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차진료기관에서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고 환자를 초기에 15분 정도 진료하면 연 2회, 6만5800원의 진찰료를 받는다. 교육 및 상담료는 최대 8700원(연 4~8회)를 받을 수 있다. 환자 관리료는 중증도에 따라 월 1만3500원~1만6400원으로 차등해서 받는다. 환자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16만2000원~19만7000원에 이른다. 본인부담금까지 합치면 환자 1인당 수가는 26만 3000~33만2000원에 이른다.
김 교수는 “의사는 의원에 오지 않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으로 상담해야 한다”라며 “필요하면 다른 보건복지 서비스와 연결을 하는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환자당 수가가 아닌 월정액수가로 차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로 수가가 확대되면 내과계 의원은 40명 정도만 봐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일차의료 질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과정의 일차의료 전담교육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한 의료비 절감액을 보험자(정부)와 의료제공자(의사)가 나누게 된다”라며 “실제로는 이익을 공유하고 다음으로는 이익과 손실을 모두 공유하는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상위 1%의 중증 환자가 전체 진료비의 20%를 차지하고 상위 5%가 전체의 40%를 사용한다“라며 ”중증 환자 관리 방안이 곧 진료비 관리방안으로 연결되며,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이나 보건소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병협 참여하는 심사체계 개편
건강보험 심사체계 개편은 기존의 기계적인 심사에서 임상진료지침을 기준으로 전환한다. 예비급여 여부와 본인부담률을 정하는 급여평가위원회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전문가 단체가 참여하는 방안으로 개편한다.
우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공기관 평가지표에 심사실적 관련 지표를 삭제했다. 김 교수는 “실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검사를 3,4번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A가 아닌 B,C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병원에서 급여 기준에 벗어나면 고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삭감이 이뤄져 유연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사 관련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심사의 과정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심사 투명성을 강화한다. 심사평가에 의료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심사체계를 개편한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초음파 등 예비급여에서는 적응증이 인정되면 본인부담률 50%로 정하고 환자가 추가검사를 원하면 본인부담률을 90%로 두는 방안 등을 고려한다. 초음파는 진료와 병행하는 단순초음파와 별도의 시간을 정하해서 하는 초음파를 구분하게 된다.
2018년에는 진료비 심사를 하지 않는 대신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하면서 불합리한 의료이용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2019년은 피드백을 하거나 의무기록을 보면서 회계 감사(audit)를 하는 계획을 세웠다. 김 교수는 “급여가 적용될 때 전문가 자문을 거치거나 특정 시술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용량에 대한 관리와 함께 자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협과 병협은 예비급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급여평가위원회라는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한다”라며 “전문가단체 참여를 명시적으로 보장해서 진료비 심사평가에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