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의원은 의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게 보장하고 수술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2차 의료기관)은 의료전달체계에서 의원(1차)과 상급종합병원(3차)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병원급 이상 가정의학과가 모인 대한가정의학회도 만성질환 관리가 1차 의료기관에 쏠려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보건행정학회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케어 성공전략을 모색한다-적정의료, 적정수가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단계적으로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위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지역거점병원과 전문병원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의원급 수술·입원실은 의료비 절감에 도움
지난달 25일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권고안에서 외과계 수술과 입원실 폐지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계획안에서 외과계 전문진료의원에 경증 입원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외과계 의원은 1차 의료기관에서 수술과 입원실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명예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의원 병상을 29병상까지 허가하고 있다”라며 “이 지침을 교정하지 않은 상태로 수술이나 입원실 폐지를 논의한다면 의료계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경요도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경우 2015년 입원일수 평균이 6.43일이었지만 의원은 1.37일에 그쳤고 환자 만족도도 높았다"라며 "의원에서 수술을 활성화하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올 연말로 문재인 케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라며 “1차 의료기관이나 외과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외상센터 등 전공의 인력 확충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의협 이동욱 사무총장도 최대 10배까지 수술 수가를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이 총장은 “20~30분 동안에 창상 환자를 꿰매는 시간에 감기나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면 거의 동일한 수가를 받는다”라며 "수술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1차 의료기관에 전체 진료비의 30%를 배당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이 붕괴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라며 “국민이 3차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를 기다리고 병원비를 많이 지출하면 국가적인 낭비가 된다”고 밝혔다.
중소병원 반발...1차-3차 사이에서 소외
병원계는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도 3차 의료기관의 환자쏠림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중소병원은 1차와 3차 사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에서 의료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3차 병원"이라며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일차진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전문의가 자신을 선택한 환자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가 없다”라며 “외래 진료가격을 차등화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 기능을 나누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는 1, 2차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1,2차와 3차 간의 문제”라며 “현재는 1,2차가 혼재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의료기관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수가 협상에서 의원의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의원, 병원 수가가 역전됐는데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유인상 보험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아예 100병상은 1차 의료기관으로 내려달라는 주장을 많이 한다”라며 “1차와 3차의 의료전달체계에서 회송, 재회송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중소병원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중소병원을 폐지하면 경증 환자의 쏠림을 유발시킨다”라며 “중소병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전문진료의원은 전문병의원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병원들은 (의원과 달리)의료기관 인증과 질 평가를 엄격하게 받고 있다”라며 "취약지 병원들도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병원의 허리 역할을 빼고 머리, 다리만 손발과 교류를 하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과 소통을 긴밀히 해서 문제점이 도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급 가정의학과 역할은 어쩌나
만성질환 중심으로 일차진료기관을 두다 보니 3차의료기관의 가정의학과는 일차진료기관의 교육자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은 “첫 단추가 일차의료의 강화에 있는 것은 공감하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일차의료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는 어떤지에 대해 긴밀하게 추진해가는 단계”라고 했다. 그는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전문학회(가정의학회)는 낯선 의료시스템에 들어온 환자들을 편안하게 책임질 수 있다”라며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시범사업과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차의료 질 향상에 대한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며 “성과 중심의 대형병원에서 일차의료인 양육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과로 묶여 있는 전공의 모집 방안을 풀어야 일차의료의 교육자로 양성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그는 이어 “병의원이 서로 유기적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 돼야 한다”라며 “환자가 3차 의료기관으로 전달될 때 이를 맡아서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비급여 급여화 손실분 보상 약속
정부는 저부담-저급여-저수가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케어 시행 과정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할 때 손실분을 모두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문재인 케어가 조금 불안할 수 있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고 반드시 성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저수가 체계가 여러가지 의료제도를 왜곡한 측면이 있다”라며 “수가를 낮게 측정하면 의료인 입장에서 진찰을 최대한 생략하고 많은 검사를 하면서 의료시스템이 왜곡된다”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수가 인상은 단순히 의료인 수입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이라며 “비급여의 수입을 급여로 전환하는 부분은 전액 보상하는 방향으로 적정수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정 과장은 “일산병원 사례를 봤을 때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신포괄수가제(포괄수가제+행위별수가제)로 가야 한다”라며 “적정수가를 원하면 신포괄수가제에 빨리 참여해야 하는데 의료계가 왜 반대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고령화를 대비하려면 비급여를 급여화하지 않은 상태로 놔둘 수 없다”라며 “고령화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하며 나중에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정부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협의체를 빨리 구성해서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진도가 나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라며 “같이 노력해서 국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재원 조달과 관련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면 (국민으로부터)지속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자단체, 국민 동의없는 수가 인상 쓴소리
한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적정수가 관점에서 보면 국민이 부담하고 그것이 의료인 수입이 된다”라며 “각 단체의 개별적인 입장을 모두 반영할 때 발생하는 수가인상은 지불자인 국민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나서서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수가를 올리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환산지수나 상대가치점수로 올려야 한다”라며 “이는 가입자단체에서 결정해야 하며 의료계와 정부간 협의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보면 의사의 생존권이나 자율성, 전문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권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라며 “의료전달체계를 의료소비자 관점으로 개편하고, 의료공급자는 의료소비자들의 신뢰회복을 통해 선택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수가 인상 전제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이 있어야 한다”라며 “수가를 인상하더라도 의료의 질 평가를 거치지 않는 곳은 수가를 인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이루 정책실장은 “적정수가 방안을 논하기 이전에 심각한 건강보험 재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정수가는 무엇이고 보상기전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국민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