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9일이라는 마지막 기회에도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PA 시범사업 및 공보의, 군의관 투입을 통해 의료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9년 동안 동결된 의대 정원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오히려 후퇴했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통해 의과대학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련 과정의 전공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하고, 국가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며 "지금 바로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차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이미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고, 이 외에도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함을 설명하는 많은 근거들이 있다. 건강 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의 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기 때문"이라며 "같은 기간에 전체 대학 정원은 6만명에서 45만명으로 7.5배가 늘었다. 전체 정원 대비 의대 정원 비중도 2.3%에서 0.7%로 3분의 2 이상 크게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배출된 연간 변호사 수는 58명에서 1725명으로 30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은 의대 정원 증원을 기본으로 하면서 의료 정책 대안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사들이 수도권과 피부, 미용을 비롯한 비필수 분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해소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윤 대통령은 "정부는 위기에 처한 의료 현장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의 실행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주에 의료사고 처리특례법안을 공개한 바이고,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오늘 중대본 회의에서는 응급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전폭적인 수가 인상과 함께 소아, 분만 등의 건보 재정 투입을 확대하는 필수 의료 보상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난이도가 높은 중증 심장 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조속한 시일 내에 출범시켜 공론화가 필요한 과제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교육부의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에서 각 대학들이 지난해 말 수요조사 결과를 훨씬 상회하는 총 3401명을 신청한 것을 들어, 의료계가 주장하는 급격한 증원으로 인한 의학 교육의 질 저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과대학 당 평균 정원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1개 의과 대학당 1학년 정원이 평균 77명인 데 반해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 미국은 146명이다. 정부가 정원 40~50명의 소규모 의대부터 증원하려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의학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그동안 의대 교수들도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의대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의대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을 보더라도 정원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여 년간 의대 정원에 대한 고민과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사실상 방치됐다. 정부는 의료 개혁을 통해 우리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의과대학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끌어올릴 것"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병원의 인력 구조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수련하는 전공의가 8724명으로 전체 의사 2만 3284명 중에 37.5%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주당 77.7시간으로 지나치게 길다. 지금까지 대형 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필수 의료 과목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 필수분야 인력난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러한 병원 운영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중심의 인력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 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 전달체제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업무 개시 명령에도 불응한 의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정부는 2월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 체계를 보다 강화하여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진료 지원 간호사 PA는 시범 사업을 통해 이분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해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의 경력 발전 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 또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 과목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로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해 추가 인력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빅5 병원은 중증‧희귀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 비 중증 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왜곡된 상태로 방치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시키고, 최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구급대를 통한 환자 이송과 다른 병원 전원 환자 중심으로 수용해 중증 응급환자가 필요할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하여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국민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빈틈없는 대응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정부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재차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