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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정부 '문케어' 지우고 건보개혁…김윤 교수 "건보재정 위기 아닌데 정쟁 도구일 뿐"

    "부과체계 개편으로 건보료 수입 증가, 누적적립금 15조 재정위기 아냐…보장성 낮춰 자본 이윤 확대 의도 의혹도"

    기사입력시간 2023-01-04 07:23
    최종업데이트 2023-01-04 07:23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를 타깃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에 기여했던 김윤 교수는 건강보험제도가 정쟁에 활용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과감한 지출효율화 기조의 근거인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 위기도 사실상 '허위'라는 비판과 함께 해당 정책의 의도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확대하는 친기업‧반서민적 의료민영화에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가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강훈식, 김민석, 남인순, 강선우, 고영인, 김원이, 서영석, 최종윤, 최혜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으며 지난 연말에는 현 건보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케어 폐지'를 통한 건보개혁을 주문해 지난해 12월 8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방안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급여화된 MRI·초음파 등 급여화된 항목으 재정검, 과다 의료이용자에 대한 관리 강화, 외국인 무임승차를 막는 공정한 자격·부과제도 개선과 건강보험 누수 요인이 되는 부당청구와 불법 사무장병원 엄단을 위한 대책과 비급여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윤 교수, 건보 재정 위기는 '비현실적 가정'…병상 공급 과잉·실손보험부터 개선해야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재정 위기'는 건강보험이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는 2021년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약 20조2000억원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적정 적립금 수준은 14조원에서 21조원이기에 현재는 굉장히 안정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재정 위기'라는 정부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 도달 시점을 2022년으로 예상하고, 2025년에는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재정 위기론을 부추겼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역대 정부의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과거 19년 3.4%였고, 과거 10년 2.0% 수준이었으며, 최근 5년도 2.3%에 불과했던 점, 건보공단이 2022년 추계한 바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025년 15조원인 점 등을 들어 "부과 기반의 확대와 부동산 가격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료율 증가보다 큰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 내에 법적 상한 도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윤 정부의 건보 재정 추계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재정위기의 원인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감사원이 지적한 초음파와 뇌 MRI 검사 중 남용되는 진료비 규모는 2000억원으로 약 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윤 교수는 실질적인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병상 공급 과잉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 등을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김 교수는 "병상 공급이 늘면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까지 입원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OECD 병상 수와 병상 구조를 갖추면 전체 입원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게 되며, 2021년 건강보험 입원진료비 35조4000억원 중 11조8000억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또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직장 가입자보다 지역 가입자에게 더 걷는 불공평한 구조다. 병상 과잉 공급도 규제를 안하고, 만성질환 관리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와 일차의료체계도 개편하지 않고, 실손보험도 개편하지 않고, 의료전달체계도 손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들어가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회적 약자인 지역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14조원이나 더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원인을 건강보험의 운영체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과 관련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시민단체 1명, 소비자 단체 1명, 건강보험 관련 전문가 4명이고, 복지부 등 정부가 5명 총 11명이다. 사실상 복지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말 건정심이 사회적 합의기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개편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익 4인을 국회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건강보험은 국민 건강, 의료비 부담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국민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유하는 장치가 정쟁의 소재로 쓰여, 정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위기를 맞게 되면 그때 진정한 건강보험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제발 건강보험만은 정쟁의 소재로 삼지 않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보장성 수준 OECD 평균보다 '낮다'…보장성 낮춰 자본 이윤 확대 목적? 의혹 제기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한국은 국가가 지출하거나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이 4.8%로 OECD 평균 6.6%에 크게 못 미친다. 지금보다 약 1.4배를 더 써야 OECD 평균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반면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부분이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은 한국이 3.3%로 OECD 평균 2.2%보다 1.5배 높다"고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박했다.

    실제로 의료 보장성 면에서 OECD 국가 평균은 74%이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보장성이 61%였다. 특히 입원진료 보장은 우리나라 67%로 OECD 평균 87%에 20%p 미달이었다.

    전 국장은 특히 윤 정부가 '낮은 본인부담으로 과다 의료이용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국은 1인당 의사 진찰 건수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OECD는 해당 통계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높은 수치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를 많이 할수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는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공격하는 이유가 '기업주'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4월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새정부 정책 혁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보험료 부담의 과도함과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문재인 케어 중단 등을 요청했는데, 윤 정부가 이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정책국장은 "의료보장을 축소하고 시장에 맡겨 개인이 각자도생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의존하라는 정부 정책은 기업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을 줄여 아낀 돈을 수가 인상으로 퍼주는 것은 의료비를 인상시켜 민간병원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또 정부가 최근 건강보험공단 인력 343명을 감축하라고 지시하면서 당뇨‧고혈압 등 일차의료 담당 부서가 폐지되는 대신 민간보험사에게 당뇨‧고혈압 등의 관리를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며, 일차의료를 민간보험 시장에 넘겨주려는 것이 아니냐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전 정책국장은 "이러한 행보는 전국민건강보험을 민간보험으로 점차 대체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2005년 삼성생명 전략보고서에 명시된 대로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라며 "윤 정부의 정책은 보장성을 줄여 환자 의료비를 올리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확대 민간병원을 더 배불리겠다는 친기업‧반서민적 의료민영화다. 이대로 추진되면 기업의 의도대로 건강보험은 위축되고 공공의료는 설 자리를 잃어 미국식 의료제도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건강보험 축소 절대 아냐…불확실성 문제의식에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강화 의도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과장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정부도 안정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정책이 의료전달체계 등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다보니 재정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재정 불안전성에 대한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물론 지금은 안정적이나 앞으로 미래의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고려해 진단해보고 재점검을 한다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엉터리 재정추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실제 재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어떤 정책 변수와 경제 상황을 설정하는 지에 따라 다르게 추론될 수 있다"며 "보다 정확하게 재정 추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손 과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 재정 위기의 원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보장성 강화만이 재정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고, 다양한 요인이 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모두 봐야 한다"고 전했다.

    손 과장은 "현재 재정이 과다 이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소하더라도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결국 보장성 강화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병상의 문제, 비급여 관리 문제를 같이 관리해야 건강보험 제도가 재정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손 과장은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정말 튼튼하게 보장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과의 관계도 잘 정리하겠다. 이번 정책으로 건강보험이 축소되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대로 된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겠다는 문제 의식에서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