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 17세 외상환자가 끝내 이송될 응급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증응급환자가 제때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빠져나가는 의료인력을 붙잡을 묘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학병원 응급실조차 응급의학과 의사 이탈과 배후 진료를 책임질 진료과 전문의사 부족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전 응급 외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세워진 '권역외상센터'도 외상외과 의사의 유출로 10년 전보다 의사인력이 더 부족해진 것으로 나타나, 대학병원 센터를 떠나는 의사들을 붙잡기 위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부터 21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대한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와 대한외상학회 박찬용 이사장(서울대병원 외상외과)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대학병원 응급실(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류현호 공보이사 :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진료에 이어 곧장 배후 진료과에 의한 치료가 필요한데 이런 진료를 볼 전문진료과 의사들이 없으니 응급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고, 외상외과의사도 없다 보니 응급실로 온 환자를 최종 진료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물론 필수의료과 의사들도 대학병원을 떠나면서 응급실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박찬용 이사장 : 권역외상센터도 마찬가지다. 현재 권역외상센터 제도가 시행된 것이 2012년이다. 이제 약 10년이 됐는데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는 갖췄지만, 10년째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다. 오히려 인력이 빠지고 있는 상태다. 외상센터로 지정된 이상 인력이 부족해도 365일 24시간 환자를 받아야 한다. 적정 인력이 안 되는데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운영되고 있는 센터가 3분의 1이 넘는다.
Q. 의사들이 대학병원 응급실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류현호 공보이사 :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다. 거기에 24시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당직에 대한 업무 부담도 커지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다. 결국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2차 병원으로 빠지고 있다. 2차 병원만 가도 중증 환자를 안 봐도 되고 경제적인 수익도 더 높다. 이런 상황이 전해지면서 전공의들도 응급의학과 지원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대학병원이 무너질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지방의 응급의료기관들은 정말 심각하다.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방 대학병원 의사들의 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5년 후면 지방에 의사가 남아있기는 할까 걱정이다.
박찬용 이사장 : 일부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의사 3명이 1년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도 안 쉬고 일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게 당직을 서고도 교육, 학회, 회의 등을 해야 해 의사들이 번아웃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입되는 사람은 없고, 떠나는 사람만 생긴다.
Q.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통해 뇌출혈, 중증외상, 심근경색 등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기관으로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새로 50개 내외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정책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류현호 공보이사 : 응급실은 병원의 관문 같은 역할을 한다. 소아부터 성인, 외상, 심뇌혈관 등 모든 환자가 들어왔다가 필요한 곳으로 흩어지는 곳이다. '필수의료'라는 말이 어느샌가 쓰이고 있지만, 의료 중에 필수의료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 만큼 병원 전부터 응급실 그리고 이후의 치료까지 이어지는 흐름에 끊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응급의료센터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춘 센터를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찬용 이사장 :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이름을 바꿔 개수를 늘린다고 해서 필요로 한 필수의료인력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경우 지역에 중증 구급 전문시설을 갖춘 '고도구명구급센터'를 세워 24시간 진료체계를 통해 심장질환자를 비롯한 급성외상환자만을 치료하고 있다. 대학병원에 중증과 경증환자의 통로를 완전 분리하고, 미리 119구급대를 통해 중증환자임이 확인된 환자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상을 항상 비워 놓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환자를 위해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 의사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진료기관으로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센터를 만들려면 자원을 집중해줘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소청과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사실 소아와 관련된 모든 전문과의사가 부족하다. 소아외상은 성인과 다른 특징이 있는 만큼 소아와 관련해서는 소아외과, 소아신경과, 소아중환자과 등 소아 관련 인력을 하나로 모아 토탈 케어를 해 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소아외상센터가 전국에 4개, 안되면 단 한 개라도 있어야 한다.
Q. 센터를 세우더라도 의료인력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들을 붙잡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박찬용 이사장 : 필수의료과 의사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떠나는 의사들을 잡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보상과 필수의료를 하고 있는 데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도 필요하다.
여기에 의사들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응급실 과밀화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류 체계에 따라 병원 전 단계에서부터 KTAS 레벨1~2의 중증환자만 권역응급의료, 권역외상센터로 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제한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고, 그런 환자들마저 너무 몰렸을 경우 환자를 순환시킬 수 있는 최종 진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최종 진료기관은 일정 부분 병상을 비워 둬야 한다. 빈 병상이 없으면 환자가 와도 받을 수 없다. 심정지, 중증외상, 심혈관, 뇌혈관 등 골든아워를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일반 환자가 걸어 들어올 수 있는 환자들과 섞여 있는 응급실에서는 해결이 안 된다.
류현호 공보이사 : 중증환자들은 모두 응급실로 들어온다. 이런 환자들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항상 병상을 확보해 둬야 한다. 지난 코로나19 3년 동안 코로나 환자를 위해 상시 병상을 비워 놓고, 코로나 환자 중심으로만 환자를 쓰게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가 그에 대한 손실을 보상해줬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 놓을 수 있도록 병상 확보에 대한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
Q. 대한응급의학회도 이번 춘계학술대회에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학회에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류현호 공보이사 : 응급의료는 응급의학과 의사 혼자서 제공할 수 없다. 병원 전 현장에서는 119구급대가,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된 후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진단 및 초기 대응 이후에는 배후 진료과 의사가 함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최초로 이송된 병원에서 환자를 전부 케어 할 수 없을 경우에는 타 병원으로 전원까지 물 흐르듯이 진행돼야 한다. 물론 소방청 119구급대는 안전행정부 소속이고, 대학병원 의사들은 보건복지부 소속이지만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하며 협력관계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응급의료 전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진료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응급의학회는 올해 응급의학회 학술대회 주제를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빠짐없고 원활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 'Seamless Emergency Care'로 정했다. 정부도 지역 완결적 의료를 강조하며 지역 내 응급환자에 대한 끊기지 않고 매끄러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응급환자가 병원 전부터 최종치료까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보다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