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도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이 7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대면-비대면 의료서비스 발전 방안에 대한 국회 토론회'에서다.
현재 환자와 의사 간 전화상담과 전화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다가 감염병예방법이 지난해 12월 15일자로 개정됐다. 단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 3 제1항에 따르면 감염병이 심각 단계 이상일 경우에 한해 환자와 의료인, 의료기관 등을 감염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비대면진료 시행 관련 쟁점 많아…효과성 입증과 안전성은 지속 연구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대면진료 시행에 있어 아직 많은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즉 환자 편리성 외에도 기존 제도와 의료시스템, 수가제도와의 적합성을 해결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비대면진료 시스템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단순히 약물만으로 조절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에 따른 치료 효과성에 대한 입증이나 안전성 여부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유승현 교수(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는 "내과의사로서 당뇨병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는데 당뇨병은 절대 약만 처방해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라며 "환자를 교육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환자와의 신뢰관계와 의사소통이 절대적이지만 비대면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지난해 9월까지 전화처방 자료로 분석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화 처방 초진 환자 비율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2.7~5.3%인데 비해 의원급은 10%, 한의원과 치과의원은 20%대로 높은 편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전화처방의 처방일수 증가폭이 크다는 특징을 보였다"며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찰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일례로 당뇨병 환자들은 한 달 사이에도 검사수치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는 위험요인이 많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를 수행해야 한다보면 대면진료에서 관찰할 수 있는 환자의 비언어적 태도나 안색, 검사 수치를 볼 수 없게 된다.
즉 환자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모니터링 조치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비대면진료 허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인 것이다.
유 교수는 "환자 중심적인 개별화된 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며 "다만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 기존 의료시스템 안에서 보완적 기제로써 활용되는 방안으로 디자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선 가정과 많이 달라…처방 기간‧질병 종류 등 제한 필요
전문가들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 한정, 재진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동네의원이 비대면진료 제도를 이끌어간다면 의료계가 염려했던 부분이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우선 현장에선 초진 이후 한참 뒤에 내원하는 사실상 초진과 다를 바 없는 재진 환자가 많다"며 "만성질환을 아무런 검사없이 수년동안 약만 먹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환자들을 검사해보면 이미 합병증이 진행 중이거나 당 조절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면진료가 줄어들면 이런 사례의 환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조건들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홍보이사는 "지난해 초 전화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될 때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다고 해놓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처방 기간이나 질병 종류에 대한 어떤 제한도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 내용에도 이 부분이 그대로 도입됐다. 어떤 진료에 한정해 비대면진료를 허용할 것이고, 처방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관련 연구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현 교수도 "그동안 진행된 비대면 진료 처방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법률은 통과됐지만 그 이후 대처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사가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실시하라는 애매한 규정만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의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면밀한 분석을 통한 확실한 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