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눈 앞의 의료공백 대책으로 '전문의 중심병원' 구축을 제시했다.
이미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국립암센터 등 일부 수련병원에서 전문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지만 정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전문의 추가 채용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나선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들이 내년까지 복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일각에서 9월 수련 재응시에서 권역 제한을 요청했는데 사실 9월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 복귀 수 자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 명이라도 더 수련병원에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역 제한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발언했다.
복지부조차 전공의들이 올해 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의료공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었다.
김 정책관은 "정부는 빠르면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하도록 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큰 틀은 경증이나 중등증환자 비중을 줄이고 입원 병실 일부를 줄여 그 부분을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탈한 전공의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전문의를 더 채용해야 하는 대책이지만, 최근 전문의들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해 병원을 이탈하는 현상에 대한 정부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16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40개 의과대학 소속 병원 88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총 1만 7316명의 8.4%인 1451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국립중앙의료원은 사직 전문의가 14명이었는데 그중 11명이 필수의료과 전문의였고, 국립암센터 사직자 10명 중 7명이 필수의료과 전문의였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 의사를 밝히며 지난 16일부터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 정책관은 "정부는 전문의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응급의료 대책 등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라며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과도한 업무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모니터링을 하며 세세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근무하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응급의료센터 10군데가 운영 중단 위기라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니터링 중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광역응급상황실의 전원 이송 업무 강화, 질환별 순환당직제 진료 과목 확대 추진 및 이송전원체계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순천향대천안병원에 대해 "현재 환자 중증도에 따라 천안단국대병원, 천안충무병원, 아산충무병원, 천안의료원 등으로 환자를 이송·전원해 응급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큰 문제가 없다는 듯한 상황 인식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