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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병원서 진료하는 의대 교수, 근로자 지위 인정해달라" 헌법소원 준비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 "전공의 공백 속 의대 교수들의 근로자 지위 강조…의대 교수노조 활동도 본격화"

    기사입력시간 2024-06-23 09:56
    최종업데이트 2024-06-23 09:56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교수들이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전국 40개 의대를 아우르는 의대교수노조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의대 교수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며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헌법소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전의교협을 올해 내에 법정단체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전국 40개 의대가 전국의대교수노조에 지부로 참여하는 형태를 갖춰 병원들을 대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의대교수노조 활성화 계획도 밝혔다.

    의대교수의 진료 업무는 당연? "법적 근거 명확치 않은 '회색지대'"
     
    전의교협에 따르면 현재 대학 소속인 의대 교수들의 ‘진료’ 업무와 관련해선 법률상 명확한 근거와 보호장치가 없다. 의대교수가 대학, 병원과 각각 계약을 맺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국내 의대교수들은 병원과 진료와 관련해 별도 계약을 맺지도 않는다.
     
    진료 업무는 교육, 연구와 함께 의대교수들의 당연한 의무라 여겨져왔지만, 실제론 ‘회색지대’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실제 국립대병원설치법, 사립학교법을 살펴봐도 의대교수들은 임상교육, 연구 등을 위해 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진료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다.
     
    그간 별다른 잡음없이 흘러가던 관련 사항들이 이번에 큰 문제로 부각된 건 최근 전공의 공백 사태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일부 병원들이 전공의 공백을 메우라며 교수들에게 과중한 진료 업무를 종용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이 교수들이 ‘근로자’로서 각성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김 회장은 “박단 위원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 교수들을 병원 시스템의 중간 착취자라고 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란 인식조차 없이 ‘옛날에 나도 그렇게 일했으니 너희도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러다가 이번에 뭔가 잘못돼 있단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했다.

    법원, 의대교수 '근로자' 지위 불인정 판결…노동부도 "교수는 근로기준법 미적용"
     
    문제는 사법부가 지난 2022년 3월 의대교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전의교협이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이유다. [관련 기사=연차수당 소송 1심 패소 아주의대 교수들 '항소']
     
    당시 법원은 아주대병원 교수(임상전임교원)들이 학교 측을 상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의대교수는 사립학교법상 대학 ‘교원’으로 병원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진료 행위는 교원으로서 해야하는 교육, 연구 등과 불가분의 관계라 그것만으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도 곁들였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 2023년 9월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이 사건은 아주의대 교수들의 항고로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김 회장은 “대부분의 의대교수들은 교수로서 교육, 연구, 진료의 3가지 중 진료를 메인으로 두고 나머지 교육, 연구와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아주의대 재판에서 그런 통념이 깨졌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가 메인이고 진료는 부가적인 것이라는 게 판결문의 논조였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공백 사태 이후엔 고용노동부에 의대교수들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감독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역시 의대교수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보내왔다.

    진료 시간 축소·휴진은 교수 재량…의대교수노조 통해 '표준 계약서' 만들 것
     
    이같은 사법부, 행정부의 행보는 의대증원 사태 속에서 교수들이 휴진에 나서게 하는 동인이 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교수들의 경우 계약상으로도 진료 업무는 보조적인 거고, 법적으로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이는 바꿔 말하면 교수들이 진료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의교협이 전공의 공백 사태 속에 병원에 교수들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유지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론 10시간만 하더라도 급여만 그만큼 덜 받으면 되는 셈”이라며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필수의료만 유지하면 교수들의 휴진에 대해서는 정부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창수 회장은 헌법소원과 함께 전국 40개 의대에 지부 설치를 추진하는 등 전국의대교수노조 활성화에도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수련병원협의회, 대학병원협의회 등을 상대로 의대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받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대교수노조 위원장인 아주의대 노재성 교수는 전의교협 노동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최근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서 교수들은 관행이란 이유로 당연시 했던 불합리한 부분들을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