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처럼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편입학 과정에 대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졌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전원 부정 입학 논란부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의대 편입학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선 의과대학 교수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3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직접 장관 후보자에게 의대 교수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의료계 문제 아닌 취업 학원된 대학 입시 자체가 문제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회장(고려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은 문제를 의료계에 한정하기보단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대학이 학문 교육과 연구를 위한 기관이 아닌 취업 학원이 된 상황에서 취업 스펙으로 전락한 졸업장을 따기 위해 유사한 입시 비리는 지속적으로 어디서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에선 해외와 달리 각 대학의 자율성이 부족해 학교 이념에 맞는 학생을 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적과 정형화된 스펙만을 볼 수밖에 없고 결국 해당 스펙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 논문, 연구활동 등 부정행위가 생기게 되는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엄 회장은 "대학을 공부하고 학자가 되기 위해 가는 이들이 없어진 지 오래다. 대학은 직업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됐다. 많은 이들이 의대를 가는 이유도 의대에 가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싼 등록금, 향후 안정된 수입 등을 고려해봤을 때 다른 대학과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의료계나 의사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원래 입학사정관제도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 그 취지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즉 한국에선 성적과 스펙이 우선시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전인적평가(Holistic Review)라고 해서 학교에 맞는 인재를 스스로 평가해서 뽑을 수 있는 제도가 잘 작동된다. 반면 우리는 새로운 스펙이 유행한다. 이것이 바로 논문이나 특허 연구 과정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제도에선 또 다른 부정행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즉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엔 우리나라에 고착화된 교육과 입시 문제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 어불성설…연구 윤리 교육 강화 강조
같은 맥락에서 엄창섭 회장은 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굳이 의료계의 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신현영 의원이 3일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국내 10개 국립의대의 의대 교수 자녀 편입학 사례 약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1명, 부산대 3명, 충북대 1명, 경상대 1명이 나왔고 경북대는 정호영 후보자 자녀 2명이 속해있다.
이에 엄창섭 회장은 "모든 교수 자녀 혹은 국회의원 자녀까지 포함해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은 타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의대의 사례가 나왔다고 이게 모든 의대 교수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 공대, 한의대, 수의대는 문제가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에선 괜한 시비가 될 수 있어 공정한 절차이더라도 의대 교수 자녀의 실험실 혹은 연구 참여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괜한 오해를 사기 때문에 끼워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바른 연구 윤리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는 게 엄 회장의 견해다. 구체적으로 그는 연구 윤리 교육 강화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교육부에서 밝힌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교원과 미성년자가 함께 저자로 등재된 사례가 모두 1033건이었다. 이 중 연구물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이름을 올려 연구 부정으로 적발된 미성년자는 82명이었고 적발된 교원은 69명이다.
엄 회장은 "현재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연구 윤리에 대한 가이드를 배포하고 연구 기여도 판정 기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연구 부정행위는 100% 없어지긴 어렵다. 노벨상을 받은 실험실에서도 연구 부정이 간혹 나온다.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어릴 때 부터 교육을 하면 인식 자체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대학원 등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그냥 듣기만 하면 패스가 되는 열악한 수준이다. 앞으론 ‘연구 윤리’를 대학교에서 학점이 부여되는 교과목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더 장기적으론 초중고 교육과정까지 내려가서 과제를 베껴 쓰는 것부터 표절 등 연구 윤리를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는 교육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엄 회장은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시대가 변하고 높아진 연구 윤리 기준에 맞는 특화된 교수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도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할 때 교육이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3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온라인 교육이 전부다. 그냥 듣고 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전원 부정 입학 논란부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의대 편입학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선 의과대학 교수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3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직접 장관 후보자에게 의대 교수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의료계 문제 아닌 취업 학원된 대학 입시 자체가 문제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회장(고려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은 문제를 의료계에 한정하기보단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대학이 학문 교육과 연구를 위한 기관이 아닌 취업 학원이 된 상황에서 취업 스펙으로 전락한 졸업장을 따기 위해 유사한 입시 비리는 지속적으로 어디서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에선 해외와 달리 각 대학의 자율성이 부족해 학교 이념에 맞는 학생을 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적과 정형화된 스펙만을 볼 수밖에 없고 결국 해당 스펙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 논문, 연구활동 등 부정행위가 생기게 되는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엄 회장은 "대학을 공부하고 학자가 되기 위해 가는 이들이 없어진 지 오래다. 대학은 직업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됐다. 많은 이들이 의대를 가는 이유도 의대에 가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싼 등록금, 향후 안정된 수입 등을 고려해봤을 때 다른 대학과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의료계나 의사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원래 입학사정관제도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 그 취지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즉 한국에선 성적과 스펙이 우선시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전인적평가(Holistic Review)라고 해서 학교에 맞는 인재를 스스로 평가해서 뽑을 수 있는 제도가 잘 작동된다. 반면 우리는 새로운 스펙이 유행한다. 이것이 바로 논문이나 특허 연구 과정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제도에선 또 다른 부정행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즉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엔 우리나라에 고착화된 교육과 입시 문제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 어불성설…연구 윤리 교육 강화 강조
같은 맥락에서 엄창섭 회장은 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굳이 의료계의 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신현영 의원이 3일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국내 10개 국립의대의 의대 교수 자녀 편입학 사례 약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1명, 부산대 3명, 충북대 1명, 경상대 1명이 나왔고 경북대는 정호영 후보자 자녀 2명이 속해있다.
이에 엄창섭 회장은 "모든 교수 자녀 혹은 국회의원 자녀까지 포함해 편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은 타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의대의 사례가 나왔다고 이게 모든 의대 교수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 공대, 한의대, 수의대는 문제가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에선 괜한 시비가 될 수 있어 공정한 절차이더라도 의대 교수 자녀의 실험실 혹은 연구 참여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괜한 오해를 사기 때문에 끼워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바른 연구 윤리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는 게 엄 회장의 견해다. 구체적으로 그는 연구 윤리 교육 강화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교육부에서 밝힌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교원과 미성년자가 함께 저자로 등재된 사례가 모두 1033건이었다. 이 중 연구물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이름을 올려 연구 부정으로 적발된 미성년자는 82명이었고 적발된 교원은 69명이다.
엄 회장은 "현재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연구 윤리에 대한 가이드를 배포하고 연구 기여도 판정 기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연구 부정행위는 100% 없어지긴 어렵다. 노벨상을 받은 실험실에서도 연구 부정이 간혹 나온다.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어릴 때 부터 교육을 하면 인식 자체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대학원 등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그냥 듣기만 하면 패스가 되는 열악한 수준이다. 앞으론 ‘연구 윤리’를 대학교에서 학점이 부여되는 교과목으로 선정해야 한다"며 "더 장기적으론 초중고 교육과정까지 내려가서 과제를 베껴 쓰는 것부터 표절 등 연구 윤리를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는 교육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엄 회장은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시대가 변하고 높아진 연구 윤리 기준에 맞는 특화된 교수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도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할 때 교육이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3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온라인 교육이 전부다. 그냥 듣고 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