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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셔병,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다

    [칼럼] 임한혁 충남대병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교수

    기사입력시간 2018-02-07 05:30
    최종업데이트 2018-02-07 10:48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병원에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한 장소를 찾아가서 실제로 아픈 주사를 맞고, 쓴 약을 먹고, 때론 답답한 입원을 하고 무서운 수술을 받은 뒤 내가 갖고 있는 이 괴롭던 상황에서 건강한 삶으로 다시 돌아왔던 놀라운 경험이 많다. 이에 따라 병원은 언제나 아픈 사람들로 북적인다.

    치료 명목으로 환자들의 삶과 행복, 사회생활을 제한하는 일이 많다는 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심지어 치료 방법조차 찾지 못한 질환도 여전히 존재한다.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은 진단 이후 치료가 어려운 희귀 유전질환 중 하나였다. 그 중 몇몇 폼페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파브리병 등에서 1990년대 이후 효소대체요법(ERT)이 가능해졌다. 이들은 난치병 질환군에서 벗어나 치료해볼 만한 질환군으로 변경됐다.

    해당 질환에 대해 처음 약이 개발되고 임상시험을 거치는 동안 놀라운 효과를 보고 조심스럽게 '질환 정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ERT는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넘어 뇌손상을 회복,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뼈와 같은 치밀조직에도 약이 침투하기 힘든 문제점도 드러났다. 또한 매 1~2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4시간여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반가운 사실은 고셔병에서 경구복용으로 리소좀축적물질을 경감시키고, 임상증상을 개선시킬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인 세레델가(성분명 엘리글루스타트)가 개발됐다는 점이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된 데 이어 올해 보험급여까지 승인 받았다.

    효소대체요법 이후에 처음으로 고셔병 치료의 분기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여 반갑다. 무엇보다 저분자량인 세레델가는 기존의 주사제가 침투하기 어려웠던 림프 조직이나 뼈 조직에도 간편한 방법으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환자와 가족들도 보다 편리하게 증상을 관리해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신약이라고 해서 모든 관점에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효소대체요법은 세레델가를 이용한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들을 위해서 여전히 필요하다.

    경구용 치료제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전문의들이 환자 상태와 요구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고셔병으로 고통 받았던 환자들이 더 다양해진 치료옵션을 통해 보다 나은 보통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