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성남시의료원 의료원장직 공석 상황이 5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가 최근 병원장이 교체된 분당서울대병원에 의료원 운영을 맡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남시는 아직 운영 방식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위탁으로 결론 내려질 경우엔 최소 분당서울대병원 수준의 병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맞다고 인정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2월말 무렵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성남시의료원장 공개 모집은 4월이 절반 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임 의료원장 임명 지연 속 시민들은 '위탁' 찬성 압도적…노조는 '반발'
신임 의료원장 임명이 늦어지는 사이 성남시는 의료원 운영 방안에 대한 시민들 대상 여론 수렴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월17일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 토론회를 열었고, 지난 11일에는 성남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설문조사에서는 신상진 성남시장이 주장해 온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우호적인 답변이 많았다.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학병원급에 위탁 운영해야 한다’는 답이 61.9%(619명)로 ‘성남시에서 자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 31.8%에 비해 크게 높았다.
신 시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토론회와 여론조사,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의료원 운영 방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의료원 내부에서는 성남시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힘입어 위탁 운영을 본격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신임 의료원장 공모 절차가 늦어지는 것도 위탁을 우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원장 임명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성남시의료원 지부,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 비노조 일반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 ‘성남시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신상진 시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신상진 시장은 위탁에만 관심을 둘 뿐 의료원 정상화와 성남시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의료원의 부실 경영을 방치해 위탁 추진의 명분으로만 삼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장 교체에 위탁 가능성↑…성남시 "위탁한다면 최소 분당서울대 이상"
실제 의료원 안팎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원을 위탁 운영하게 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본원인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원장이 동시에 교체된 가운데 의료원 위탁 운영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높아졌다는 것이다.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성남시 관계자로부터 ‘(위탁을 하게 된다면) 빅5 중에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한 병원을 콕 집어 언급하기 어려워서 그랬겠지만, 성남시는 서울대병원 쪽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서울대병원이 일관되게 위탁을 거부해왔는데, 이번에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이 바뀌면서 위탁 여지가 생긴 셈”이라며 “성남시로선 분당서울대병원의 요구 조건들을 대부분 들어주는 방식으로 위탁을 받게끔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성남시는 의료원장 공모 절차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의료원 운영 방식을 위탁으로 결론 내린 건 아니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의료원 상황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를 하다가 공고를 내지 못했다”며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위탁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순 없다. 지금은 공론화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고, 이번에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 예산을 시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통과가 되면 직영 운영과 위탁 운영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의료원 운영 방식이 이슈화 되면서 내부 직원들 분위기도 침체된 상황인 만큼 용역 연구는 3개월 내에 빠르게 마무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성남시가 빅5 병원 중 한 곳에 의료원을 위탁하려 한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빅5 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다. 다만 (위탁을 하더라도) 최소 분당서울대병원 이상의 병원에 위탁하겠다는 게 시장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