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8일 “의사들은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저지와 한방 건강보험 급여화 분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한국의사들의 총파업으로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의협 집행부와 산하단체 회장단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의협은 원래 5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지만, 수도권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집회 규모를 축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만∼16만원 수준이다. 7월 중 건정심 본회의를 거치면 시행이 확정될 계획이다.
최대집 회장 등 의료계 인사 "첩약 급여화 전에 한방건강보험 분리"
최대집 회장은 "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절대로 시행돼선 안 되는 정책이다. 한약은 현대의약품에 가장 기본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 또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감시와 분석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부실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처럼 분별없이 한방에 재정을 할애하다가는 필수의료의 급여를 하지 못해 결국 생명이 경각에 놓인 절박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 또한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한방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분들만 별도로 한방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에게 짊어진 과도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저지와 한방건강보험 분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각오를 더욱 단단히 할 것이다.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돼 의료계와 국민의 우려와 충고를 무시하고 끝내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정부가 그토록 자화자찬한 K방역이 한국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특히 의사들의 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방제료가 무려 3만8780원으로, 의원급 진찰료의 세배 수준이다. 의과대학 6년, 전문의 과정 5년을 거친 의사들의 진찰료가 한의사들의 진찰료 3분의1 수준이라는 게 과연 상식적인 결정인가”고 말했다.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은 “특정 직역단체의 로비와 정치적 논리에 쫓겨 안전성·유효성 검증도, 체계적 관리 기전도 없이 추진되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과히 브레이크없는 질주”라며 “전 13만 의사회원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정부의 시범사업 계획이 전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이 채 안된 시기에 회수되거나 폐기된 한약재는 52건”이라며 “3년간 한약재와 의약품을 비교해보면 의약품의 회수나 폐기명령은 118건(30.2%)에 그친 반면, 한약재는 278건(69.8%)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한방 첩약은 한약재 자체의 독성과 한약재의 재배, 유통과정 중에 발생되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 현대 의약품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며, 그 유효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건강보험공단의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축기반 연구’ 보고서에서도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협, 대정부 요구사항 "첩약 급여화 즉각 중단"
의협은 대정부 요구사항을 통해 원칙 없는 졸속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단지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으로 보는 것이 스스로 'K-의료', 'K-방역'을 내세우며 코로나19 글로벌 위기 속에서 돋보이는 의료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어떤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학적 타당성 및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더군다나 첩약이 안전한지 여부를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를 통해 따져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인 건강보험료를 들여서 전 국민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연간 5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건강보험재정을 아무 근거 없이 '묻지마'식 한약 급여화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한약은 급여화 대상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임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대정부 건의사항을 통해 "정부는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우려가 있는 시기에 제대로 된 진단 및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건강보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한방건강보험을 분리해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계와 협의 없는 무분별한 정책강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은 중단하고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성실성 있는 답변을 기대하며, 무분별한 강행시 의료계는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