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이후 8개 국립대 의대 재학생이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판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을 맡은 이균용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2016년 원심을 깨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합헌 판결한 판사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낙마한 이후 최근 대법관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의료계로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이 부산대 등 전국 5개 국립대 의대생들이 각 대학 총장과 국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항고심을 민사 25-1부에 배당했다.
해당 민사재판부는 이균용, 김문석, 정종관 부장판사 3명으로 이뤄진 대등재판부로 충북대, 제주대, 강원대 의대 학생들이 제기한 가처분 항고심도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료계는 앞서 서울고법이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세대 대학병원 전공의 명 부산대 의과대학 재학생, 의과대학 준비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나머지 8건의 사건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항고심 재판부가 의대생 신청인은 행정소송법 제23조 집행정지 제도의 요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만큼, 의대생들이 각 대학 총장 등에게 낸 민사 가처분신청은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행정사건은 의대 증원 정책에 집행정지 판결이 내려질 경우, '공공복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사건을 기각했다.
하지만 민사사건에서는 의대생들의 이익인 학습권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는 점이 인정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부장판사가 의료계와 악연이 깊은 이균용 부장판사라는 점이다.
이 부장판사는 2016년 원심을 깨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합헌이라고 판결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해당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이 부장판사는 네트워크 병원의 요양급여비 청구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의료인의 ‘1인 1개소법’ 위반을 이유로 74억원을 환수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치를 취소한 인사이기도 하다.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의료계가 가장 반대하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단초가 됐고, 네트워크 병원 역시 의료계가 반대해 온 사안 중 하나다.
이처럼 의료계의 입장에 정 반대에 선 판결을 거듭하던 이 부장판사가 해당 사건을 배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계는 그야말로 악재를 만났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 부장판사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낙마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최근 대법관 후보 심사동의자 55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대법관 후보자에 오른 사실 등도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 증원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정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직접 추진한 정책으로, 올해 총선 당시 지지율을 견인한 여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핵심 개혁 과제로 평가받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책이 의료계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부장판사가 해당 사건을 맡으면서 의료계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원고 측 변호사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서도 경고 및 시정명령을 받은 인물"이라며 이 부장판사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의 2000명 증원 정책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결할 수 있을까"라며 "이 부장판사가 기각결정을 한다면 아마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터질 것이다. 서울고법은 8개 사건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다른 재판부에 새로 배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