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사직 여부를 밝힐 것을 종용당했던 전공의들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며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이 내과 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내 이같이 밝혔다.
전공의들은 그간 힘든 수련에도 서울대병원 내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의국 생활을 했다고 회상하며 병원에 남아 계신 교수들에게 본심을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앞서 15일까지 전공의들에게 복귀 혹은 사직 여부를 물었고, 정부가 정한 기한이 지남에 따라 무응답한 전공의들은 일괄 사직 처리 될 상황에 처했다.
전공의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월 이후의 사직 처리와 가을턴 공고는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월부터 6월까지의 결근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2월 사직서를 6월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나 다름없다"며 "가을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들에게 본인 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저희는 결코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 성인으로서 저희가 져야할 도의적 혹은 법적 책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비논리적이고 강압적인 처벌을 받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밝혀졌음에도 직전까지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했다고 하고, 의대생들은 F를 받아도 진급시키겠다고 하며, 카데바는 외국에서 수입하고, 연구 실적이 없어도 대학병원 교수가 될 수 있게끔 해준다고 하고, 세계적 인증을 받은 의평원을 무시하고, 환자에게는 전세기를 띄워준다고 했지만 정작 환자가 연락하면 소송할 변호사를 대주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이에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6월 이후의 사직처리에 대해 무대응을 유지하고, 설령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며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소신 있는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기구를. 지속가능성 있는 의료 시스템을 원한다"며 "각자도생과 개인주의적 신념이 팽배해지는 와중에도 내과에 지원해준 예비 1년차 선생님들께 내과에 잘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