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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분쟁조정법, 고위험 필수의료는 넓게·중과실은 좁게 설계해야"

    설명 의무 기간 유연화·사과법 도입·심의위 운영 보완 필요…복지부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중심 검토"

    기사입력시간 2026-07-12 20:16
    최종업데이트 2026-07-12 20:16

    법무법인 대륜 장세창 변호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사고 형사특례를 도입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는 넓게, 중대한 과실은 좁게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료과나 개별 의료행위만으로 특례 적용 대상을 정하면 응급상황이나 전문과목을 넘어 시행한 진료가 보호 대상에서 빠질 수 있고, 중대한 과실을 폭넓게 해석하면 형사특례 적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분야를 중심으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범위를 검토하고 있으며, 중대한 과실은 의학계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2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의료사고 민·형사소송 현황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하위법령 마련 방향 등이 논의됐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 등을 설명하도록 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손해배상 책임보험이나 공제 가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는 중대한 과실이 없고 설명 의무와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형사특례도 신설됐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해당 여부와 중대한 과실 여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은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하위법령 '중대한 과실' 독소 조항…고위험 필수의료행위는 넓게·중대 과실은 좁게 설정해야"

    법무법인 대륜 장세창 변호사는 개정법이 형사특례를 도입했지만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중대한 과실 기준, 사고 후 설명 의무, 책임보험 가입 요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운영 방식 등은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연평균 약 735명의 의료인이 입건되지만 실제 기소는 약 40명, 유죄판결은 약 20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유·무죄보다 수백명의 의료인이 자료 제출과 소환조사, 재판 등 형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미국은 고의나 무모함이 인정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형사책임을 묻고, 영국에서는 약 30년간 44명이 기소돼 1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의료사고 기소도 연평균 약 11명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장 변호사는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범위의 폭넓은 설정 ▲중대한 과실의 제한적·명확한 규정 ▲사고 후 설명 의무의 현실화(사과법 도입) ▲책임보험과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운영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 변호사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특정 진료과나 개별 의료행위 중심으로 규정하면 다른 진료과에서 이뤄진 응급·고위험 진료나 전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한 진료가 보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진료과나 행위명만으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기보다 환자의 중증도와 긴급성, 의료행위의 난도와 위험성, 당시 의료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상황이나 전문과목 외 진료가 빠지지 않도록 보충적 일반조항을 두고, 응급의료법상 면책 취지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대한 과실은 좁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 변호사는 "자의적 예시 해석을 원천 차단하고, 한정 열거를 통해 고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좁게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 후 설명 의무도 현장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대한 사고 직후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설명 과정에서 언급된 사실관계가 향후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설명 기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유감 표현뿐 아니라 설명 과정 전반이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기관 개설자의 보험 미가입으로 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봉직의나 전공의가 형사특례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에 손해배상금 전액 또는 상당액의 지급 기준을 구체화하고, 개설자의 보험 가입 의무와 실제 진료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진료과별 전문위원회에 해당 분야 전문의를 충분히 참여시키고, 심의 대상 의료인의 의견 제출권과 이의제기권 등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검토…중과실 가이드라인 마련 예정"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와 중대한 과실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협의체와 연구용역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긴급하거나 고난도인 의료행위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전문진료질병군과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1·2등급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보고 있으며, 최종 기준은 의학회와 관련 학회, 전문가 협의체 의견을 반영해 마련할 예정이다.

    신 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는 조금 더 보호가 필요하고 현재 의료진의 기피가 심각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의학회와 여러 학회, 전문가 협의체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시행령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대한 과실 12개 항목은 제한적 열거 방식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나 의학적 진료기준 위반 등 일부 항목이 추상적인 만큼 의학회 연구용역과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 과장은 체내 이물질 잔존이나 약물 과민반응 검사 등을 예로 들며, 모든 사례를 일률적으로 중과실로 판단하지 않고 진료과와 의료행위의 특성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은 의료행위 유형별 전문위원회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해당 전문과목 전문의가 의료행위의 특성과 중대한 과실 여부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의가 시작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의료인 소환조사를 자제하도록 요청해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 의료인이 형사절차를 겪는 부담도 줄일 예정이다.

    또한 사고 후 설명 의무와 관련해서는 7일의 기산점이 사고 발생일이 아니라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이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사실을 안 날이라고 했다. 설명 과정의 증거 사용 우려에 대해서는 "법의 취지는 유감 표현뿐 아니라 설명 과정 전반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개설자의 책임보험 미가입으로 봉직의나 전공의가 특례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의료기관 개설자의 보험 가입을 독려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장기적으로 의료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는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단계에서 바로 시행하기 어려운 만큼 중간 단계로 기소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며 "의료진이 의료사고 때문에 고위험 진료를 기피하지 않고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