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의 통합수가제에 참여할 경우 의원 한 곳의 연간 수입이 기존 행위별수가제보다 최대 8131만원 줄어들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 분석이 나왔다.
환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검사와 처치가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 정부 정책에 참여한 의원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재연 법제이사(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가 작성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수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등록환자 1000명을 기준으로 연간 진찰·검사·처치 수입이 약 2억1800만~2억3400만원을 넘으면 통합수가제보다 행위별수가제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1명당 월평균 진료수입으로 환산하면 1만8167~1만9487원이다. 김 이사는 이 금액이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는 의원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입보다 낮아, 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도 통합수가제에 참여하면 손실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부터 약 3년간 의원 100곳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50세 이상 지역 주민으로, 의원 한 곳당 최대 1000명까지 등록할 수 있다.
참여 의원은 의사와 전담 간호사, 영양사·사회복지사 등으로 다학제팀을 구성해 포괄평가와 케어플랜 수립, 교육·상담, 돌봄 연계, 야간·휴일 대응 등을 제공한다.
행위별은 진료수입 100% 반영…통합수가는 30%만 인정
김 이사가 문제로 지목한 핵심은 진찰·검사·처치 등 기존 진료수입을 인정하는 비율이다.
행위별수가제는 기존 진료수입을 100% 반영하지만 통합수가제는 환자의 건강위험도에 따라 정액 보상을 지급하는 대신 기존 진료수입의 30%만 추가로 인정한다.
통합수가제가 교육·상담·조정 등 일차의료서비스 수가를 행위별수가제보다 30% 더 지급하더라도, 환자 진료가 늘어나면 진찰·검사·처치 수입 증가분의 70%가 보상되지 않는 구조다.
등록환자 1000명의 건강위험도 분포를 4개 분위별로 각각 25%로 가정한 경우 통합수가제 수입은 ‘2억8751만원+기존 진료수입의 30%’, 행위별수가제는 ‘1억3497만원+기존 진료수입의 100%’로 계산됐다.
두 제도의 수입이 같아지는 손익분기점은 연간 진료수입 약 2억1800만원이었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 비중을 늘린 현실형 시나리오에서는 통합수가제 수입이 ‘3억852만원+기존 진료수입의 30%’, 행위별수가제는 ‘1억4483만원+기존 진료수입의 100%’로 산출됐다. 손익분기점은 약 2억3400만원이었다.
김 이사는 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정액 보상이 일부 늘더라도 실제 검사와 처치 등 진료량 증가분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진료수입 3억5000만원이면 통합수가제 8131만원 적어
진료수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수록 통합수가제의 손실도 커졌다.
중증환자 비중을 반영하고 운영지원금 3000만원을 포함한 시나리오에서 연간 진료수입이 2억원이면 통합수가제가 행위별수가제보다 2369만원 유리했다.
하지만 진료수입이 2억3400만원에 이르면 두 제도의 수입이 비슷해지고, 2억5000만원부터는 통합수가제가 1131만원 불리해졌다.
연간 진료수입이 3억원이면 통합수가제 수입은 4억2900만원, 행위별수가제는 4억7500만원으로 통합수가제가 4631만원 적었다.
진료수입이 3억5000만원이면 통합수가제 수입은 4억4400만원, 행위별수가제 수입은 5억2500만원으로 격차가 8131만원까지 벌어졌다.
김 이사는 “환자를 성실하게 관리할수록 검사와 처치가 늘어나지만 통합수가제에서는 증가분의 30%만 인정된다”며 “적극적으로 진료하는 의원일수록 손실이 확대되는 역인센티브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상적으로 필요한 검사와 처치가 의원의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어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려는 시범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운영지원금 3000만원 지급해도 손익분기점 그대로
정부가 단독 참여 의원에 지급하는 운영지원금 3000만원도 통합수가제 참여 유인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지원금이 통합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기관에 동일하게 지급되면서 양측 수입이 똑같이 3000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영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통합수가제에 최대 20%, 행위별수가제에 최대 10%를 지급하는 성과보상도 구조적인 손실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모든 기관이 최대 성과보상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통합수가제의 손익분기점은 약 2억5000만~2억7000만원에 그쳤다.
김 이사는 통합수가제의 기존 진료수입 인정률을 현행 30%에서 50~60%로 높이고, 일정 기준을 넘는 진료비는 행위별수가로 정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운영지원금 역시 통합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기관에 동일하게 지급하지 말고 통합수가제 참여 의원에만 추가로 가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현행 통합수가제는 정상적인 의원의 통상적 진료수입보다 낮은 지점에서부터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해 환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의원이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시범사업 단계에서 지불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