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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석 이사장 "의료공백 지속되면 건보재정 적자 면하기 어려워…안정적 재정관리 최선"

    공단, 급여분석 기반한 '적정진료 유도'로 급여 관리…"국민 건강보험료 지키는 것은 공단밖에 없다"

    기사입력시간 2025-02-20 16:27
    최종업데이트 2025-02-20 16:27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으로 건보재정 건전성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인정하며 올해 안정적 재정관리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단은 의료계의 과도한 검사 및 처방 등을 막기 위해 급여 분석에 기반해 적정진료를 추진하고, 비급여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2025년 신년 간담회를 통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돌봄의 NHIS-Standard 정립'에 대해 발표했다.

    2024년 비상진료 1조4000억, 요양급여 선지급 1조5000억에도 흑자…의료공백 지속되면 적자 불가피

    이날 정 이사장은 "2024년 보험료율 동결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금을 전년 대비 1조 2000억원 이상 확보했다. 전략적 자금운용으로 수익을 1조6000억원 달성했다. 공단은 재정지출 효율화와 불법개설기관 행정 조사 및 부당청구 적발을 강화해 당기수지 1조7000억원으로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 적립금이 30조원에 이르는 등 안정적 재정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비상진료체계 안정적 유지를 위해 중증·응급 등 비상진료에 약 1조4000억원을 지원했고, 전공의 수련병원에 요양급여비용 1차 선지급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정 이사장은 "요양급여비용 선지급금은 금년부터 순차적으로 회수할 예정으로, 1조5000억원의 기회비용 약 500억원 정도만 지출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당분간은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 이사장은 "올해 주요 목표 중 첫 번째가 '안정적인 재정관리'이다"며 "건보료율이 단 0.1%만이라도 인상됐으면 좋았겠지만 2년 연속 동결되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현 비상진료체계는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지난해처럼 될까봐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년같으면 일주일 뒤 인턴들이 병실로 향해야 하는 데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지난해에는 의료공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지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의료개혁에도 5년 간 10조원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2조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비상진료체계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건보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다만, 공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한다. 지출을 건전화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정적 재정관리 위해 급여분석 기반한 '적정진료 유도'…급여 관리 기능 강화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정 이사장은 안정적인 재정관리를 위해 건보 재정의 수입과 지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공단은 적정진료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최근 NHIS-CAMP 적정진료추진단을 신설했다. 이상경향을 모니터링하고 심충분석과 임상자문을 통해 기준 개선, 사후관리를 통해 진료비 정보시스템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부터 독감(인플루엔자), 일반혈액검사(CBC), 특수의료장비(CT)방사선 노출, 병원 획득 폐렴, 신경차단술, 건선성 관절염,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 등에 대한 급여항목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정 이사장은 구체적으로 한 독감 환자의 민원으로 드러난 응급실 과잉진료 사례를 소개했다.

    49세인 환자 A씨는 감기 몸살 증상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어마어마한 비용과 검사비가 청구돼 공단에 민원을 넣었다.

    병원은 해당 환자에게 혈압, 맥박, 체온을 잰 뒤 독감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1시간 반 뒤 퇴원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의무기록에는 '두통, 몸살이 심하다'는 내용뿐이었다.

    해당 환자는 결국 독감 양성이 나왔지만, 에이즈, 매독, 류마티스, 갑상선, 간염 등 59개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건보 진료비는 47만원, 본인부담은 23만원이 청구됐다. 이는 평균 독감 진료비 12만원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 원장은 "해당 환자는 쉽게 말해 바가지를 아주 크게 썼다"며 "누가봐도 터무니 없는 검사와 진료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보험자로서 급여 관리 기능을 강화해 들여다봐야 한다고 본다. 공단은 최근 이런 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매크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지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밖에 없다.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만일 적자가 났다면 정부 경영평가에서 바로 0점을 받기 때문에 각자의 건강보험료를 정말 합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여 지급에서 심평원이 지급하라고 하면 하고, 법상으로 이의제기 하면 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 부분을 심사하는 심평원이사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산지수 차등 적용, 진찰료·수술 분야 등 가산…비급여 관리 강화 '정보 포털' 오픈 예정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다음으로 공단은 저평가된 필수의료 행위 보상 강화를 위해 기존의 이원화된 수가체계를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한 조정으로 필수의료분야 수가를 집중 인상할 계획이다.

    실제로 공단은 2024년에 체결한 2025년도 환산지수 계약에서 병원 수가 1.6% 인상률 중 1.2%는 일괄인상하되 나머지 0.4%는 수술·처치·응급 분야 상대가치점수를 가산하고, 의원 수가도 1.9% 인상률 중 0.5%만 일괄인상하고 나머지 1.4%는 초·재진 진찰료 인상에 활용했다.

    나아가 환자들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비급여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비급여 보고제도 운영을 내실화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 및 모니터링으로 체계적 비급여 관리 기반 마련하며, 정부와 협의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을 추진한다.

    특히 종합적인 비급여 진료정보 공개를 위한 '비급여 정보 포털'을 열어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단은 올해 3월 일산 어린이병원을 착공해 2028년에 개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