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민관 협동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하남시의 사례가 있다.
하남시는 지난 3월 12일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 의료기관 진료가 어려운 호흡기 질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7곳 의료기관 원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보건소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시간당 10만원의 보상책도 마련했다.
하남시 호흡기클리닉 민-관 협력, 7곳 의료기관 원장 참여
의사 출신인 하남시보건소 구성수 소장이 밝힌 하남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민관 협력으로 이뤄진다. 7곳의 의료기관 원장이 참여하고 간호사·행정요원 등 12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은 호흡기와 발열 환자의 체계적인 초기 진료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됐다. 호흡기클리닉은 3단계로 나눠 운영된다. 우선 코로나19 의심자와 전화상담을 통해 감염 위험요인과 임상증상 등을 조사하게 된다. 이후 의료인이 역학적 관련성 조사 내용을 확인, 환자에게 선별검사를 받게하거나 호흡기클리닉에서 진료를 받게하는 등 환자를 분류한다.
감염병과 역학적 관련성이 낮거나 단순 호흡기 질환 환자는 호흡기감염클리닉 방문하게 된다. 진료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모니터링해 즉각적으로 선별진료소와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호흡기클리닉은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호흡기전담클리닉에 대해 원격진료 위주 클리닉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남시보건소 역시 처음부터 민관 협력체계가 제대로 구축된 것은 아니었다. 구성수 소장은 "사소한 보험청구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쌓여온 보건소와 개원가를 둘러싼 사소한 신경전으로 인해 어려움도 있었다. 서로 믿고 소통하면서 한가지씩 천천히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다양한 순기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서 1차의료기관 게이트키퍼로서 중요…편의 신경썼다"
구 소장은 메르스(MERS) 때와 달리 경증 환자가 많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1차의료기관이 의료 게이트키퍼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구 소장은 애초 사업 설계상 거점 의원을 선정해 의료기관클리닉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장소 마련의 어려움이 뒤따랐다. 결국 선별진료소가 설치돼있는 보건소가 하드웨어적인 장소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1차 의료기관들이 인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구 소장은 "지자체는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없다"며 "의원급 거점별 호흡기 클리닉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10배 수가를 준다고 해도 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결국 보건소에 선별진료소와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갖춰 보건소에서 호흡기클리닉을 열었다. 의사들이 돌아가며 클리닉 진료를 보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덧붙였다.
의료인의 자원봉사에만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당 10만원의 실비 보상도 추진했다. 이 외에도 민-관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구축하고 선별진료를 요청하는 의원급 진료의뢰서를 의료인의 전화로만 가능하게끔 개선했다.
그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업의 성패는 민관 협의에 있다”며 “그동안 보건소와 동네의원은 서로 엇박자가 나는 일도 많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오해도 많이 풀 수 있는 순기능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향후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전국으로 확대되더라도 지역의사회와의 협력관계 유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라며 "서로 소통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함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지자체마다 가지고 있는 의료자원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효율적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전화진료에 대한 논란에는 "비대면 시대에 돌입한 이상 전화상담 등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위험성이 수반되고 몇 푼 더 벌기위해 비대면진료를 남발하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