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등장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제도가 '사전 전화상담'이 들어가면서 중단 위기를 맞았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대한의사협회가 먼저 제안해서 고안됐지만, 오히려 원격의료 확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의협은 각 회원들에게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업 참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전화상담은 해당 환자가 클리닉을 찾아도 되는지 교통정리를 하는 수준에 그친다. 원격의료와는 전혀 관계없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의협 "원격의료 위주로 변질, 호흡기전담클리닉 참여 반대"
16일 지역의사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코로나19 장기화 대비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과 운영' 관련 협조 공문을 발송했지만 공모는 사실상 중단됐다.
앞서 9일 의협은 대회원 입장문을 발송해 호흡기전담클리닉 관련 정부의 추진 방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의협은 "복지부 제안안은 사전 전화상담이 선택사항으로 포함돼 있었다"며 "그러나 6월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으로 호흡기 전담클리닉 1000개 설치를 ‘비대면 산업 육성'에 포함해 발표하면서 원래 취지와 다르게 원격진료 위주 클리닉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가 호흡기전담클리닉 참여를 위한 협조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의협이 대회원 입장문을 통해 사업의 전격 보류를 밝히면서 의료기관 공모가 중단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아직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병협 관계자는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 관련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클리닉 신규 개설에 대한 확충 신청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업안은 방문 전 전화상담을 실시하고 환자 간 교차감염 최소화를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화상담은 간호인력 문진을 기본으로 하고 예약이 필요하면 의사가 전화로 심층 상담을 진행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강민구 보건사무관은 "코로나19 사태에 한해 허용된 전화상담과 처방에 비해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전 전화상담은 비대면진료로서 비중이 낮다"며 원격의료 논란은 우려라고 해명했다.
강 사무관은 "이번에 고안된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업은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호흡기, 발열 증상 환자 간 구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료기관의 안전을 위해 탄생했다"라며 "의료계가 먼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진행된 사업"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관은 "현재 환자 스스로 클리닉에 방문해야 하는지, 일반 의원을 가야 할지, 선별진료소로 곧장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결정할 수 없다"라며 "이 때 불필요한 클리닉 방문을 막고 환자들의 동선을 교통정리하는 차원에서 사전 전화상담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심층 상담을 진행하면 복지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두가지 모델인 개방형 클리닉과 의료기관클리닉 모두에 전화상담료 수가도 지원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가령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전화상담 진찰료는 초진 1만6140원, 재진 1만1540원이며 전화상담료는 진찰료에 30% 가산이 붙어 산정된다.
강 사무관은 "기존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전예약제와 더불어 환자 동선 정리 차원에서 전화상담을 넣은 것이다. 마침 코로나19 상황에 한시적으로 전화처방 수가 지원 조치와 맞물려 의료계에서 혼선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의협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처방 등 비대면진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호흡기전담클리닉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오해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감염병 위기상황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과 처방보다 클리닉에서 사전에 실시하는 전화상담은 그 수위가 낮은 차원"이라며 "의료계 반대로 클리닉 사업에서 전화상담을 걷어낸다고 해도 가을과 겨울철 증가할 호흡기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업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 사무관은 "아직 추경 예산조차 통과되지 않았고 복지부는 3차추경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심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이 예산 사업이다 보니 추경이 통과돼야 실질적인 집행이 가능하다. 현재는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치는 단계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운영지침을 수정할 계획이다"라며 "각 지역 여건에 맞게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해 아쉽다. 그러나 이번 사업모델 자체는 비대면진료에 중점을 두고 있지도 않고 사업 취지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