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2002년의 악몽 사스(SARS-CoV) 이후 연구자들은 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 침투하는가 연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이름처럼 바깥쪽에 왕관처럼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에게 침입하는 데 중요한 병기다.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체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converting enzyme, ACE)의 사촌인 ACE2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고됐다. 현재 지구촌 전체의 악몽 사스의 동생인 SARS-CoV-2도 똑같은 수용체 ACE2를 이용해 우리 몸에 침입한다고 알려졌다.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그리면 ACE2라는 우리 몸의 자물쇠인 수용체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열쇠를 넣어 인체 세포의 문을 여는 셈이다. 열쇠 스파이크가 자물쇠 ACE2에 잘 결합할수록 인체 침입 통로가 활짝 열려 감염이 잘 일어난다.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 침입 통로 역할을 하는 ACE2보다 먼저 알려진 것이 ACE이다. ACE는 우리 몸의 혈압을 조절하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중요한 효소이며 안지오텐신과 브래디키닌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고혈압을 초래한다. 따라서 ACE 억제제는 고혈압과 울혈성 심부전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ACE2는 ACE의 metalloprotease catalytic domain의 42%의 유사성을 가지며, Angiotensin II (Ang II)를 angiotensin 1-7[Ang-(1-7)]로 전환하는 것 이외에도 ACE와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변화에 따라 AngII와 Ang-(1-7)의 생성에 관여한다. 그러나 ACE와 ACE2는 프로테아제(protease)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펩타이드를 분해하고 각기 다른 기질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요세프 페닝거 교수가 주관자가 돼 진행한 캐나다, 스웨덴,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공동연구진은 지난 4월 2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Inhibition of SARS-CoV-2 infections in engineered human tissues using clinical-grade soluble human ACE2'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인체 단백질을 인공 합성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음을 세포 실험으로 입증해 임상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진은 앞서 SARS-CoV가 창궐했을 때도 같은 ACE2 단백질이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통로임을 제일 먼저 확인했다. 이번에 SARS-CoV-2도 ACE2 수용체를 이용하여 우리 몸에 침입한다고 먼저 연구결과를 발표한 팀이다.
무엇보다 우리 몸의 단백질 ACE2가 폐 손상을 막아주는 기능을 갖기에 사스가 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란 병칭으로 불리게 되는 지를 'ACE2 knock out mice'를 사용해 유전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러기에 열쇠 노릇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자물쇠 ACE2에 결합하는 것을 막는 물질이라면 '코로나19(COVID-19)'의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ACE2는 세포막 단백질로 세포 표면으로부터 잘려져 배출됨으로써 활성을 가지는 단백질이다. 물에 녹는 형태의 ACE2 단백질은 원래 가지고 있는 세포막 부분을 제거한 단백질이기에 ‘Decoy ACE2’라고도 부른다. 연구진은 ACE2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소위 깡통 단백질(human recombinant soluble ACE2, hrsACE2)을 합성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Vero E6 신장세포(kidney cell)에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hrsACE2 단백질을 주입하자 놀랍게도 바이러스가 1000~5000분의 1로 급감했다. 그러나 대조군으로 쥐의 mouse rsACE2 유전자로 만든 단백질을 주입하면 바이러스에 아무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hrsACE2 단백질을 세포에 침입하는 통로로 잘못 알고 결합하는 바람에 실제 숙주 세포에 결합해서 복제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인 혈관 오가노이드(organoid)와 신장 오가노이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인공 장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hrsACE2 단백질을 주입하면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가 축적이 안 되는 바이러스 퇴치 효과도 확인했다. 이런 실험결과는 우리 몸 안의 장기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측한다.
이번 연구의 중요성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존재하는 ACE2대신 넣어준 수용성 ACE2 단백질에 결합하면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것을 증명했다는데 있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서로 교묘하다. 우리 몸에서 폐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ACE2 단백질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교묘히 이용해 폐에 들어오는 침입 통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 바이러스의 열쇠를 깡통 자물쇠로 대량으로 주입하여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누가 전쟁에서 이길 것인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아페리온 바이로직스(APERION Biololgics)가 hrsACE2을 'APN01'이라고 명명하고 현재 유럽에서 급성폐손상(Acute Lung Injury, ALI)/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과 폐동맥고혈압(Pulmonal arterial hypertension, PAH)에 대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침투예방 실험에 사용되는 인공 단백질 hrsACE2은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는 최고급 단백질이다.
임상을 진행 중인 ARDS란 심장 문제가 없이 감염에 의한 폐 염증으로 갑작스럽게 숨쉬기 힘들어 하는 병이다. ARDS에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폐포 모세혈관막의 투과성이 증가해 폐포 공간 내로 액체가 유출되고, 저산소증 및 염증성 급성폐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케이스 스터디를 보면 3세된 남자가 7일전부터 열이 있으면서 3일전부터 숨차 해 밤에 잠을 자기 힘들어 했다. 입원 전날 찍은 가슴사진에서는 특별한 소견이 없었으나 입원 당일 아이가 숨쉬기 힘들어했다. 청진에서 양쪽 폐야 전반에 천명음과 폐렴음이 들렸다. 이런 증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증상과 비슷하다.
미국 성인 중 3분의 1이 높은 고혈압 증상이 있다. 반면 PAH는 희귀질환으로 인구 100만 명당 50~100명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PAH는 폐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의 형태이며 수면 중 무호흡 및 만성 폐쇄폐병(또는 일반적으로 COPD)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PAH는 심장 우측에서 폐로 이어지는 동맥의 혈관 벽이 좁아지고 조여지는 폐 고혈압 유형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폐의 압력이 증가하면 피로와 숨가쁨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PAH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고 현재까지 치료법이 없는 미충족 수요가 높다.
이번 셀 논문의 주저자인 요세프 페닝거 교수는 ACE2 단백질을 2000년부터 계속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본인의 연구로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을 하기위해 아페리온 바이로직스를 2003년 공동창업했다. ACE2 단백질의 고장은 ALI/ARDS와 PAH 같은 질병의 요인이기에 이런 휘귀질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 끝에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래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는 꼭 찾아온다. 'APN01' 코드의 hrsACE2 단백질은 이미 유럽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안전성과 용량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먼저 SARS-CoV-2와 결합하는 인체 단백질 ACE2를 인공 합성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음을 세포 실험으로 입증했고 아페리온 바이로직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에서 임상2상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도 이와 같이 언젠가 다시 찾아올 바이러스를 당당히 맞이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준비하는 연구자에게 선(先)투자해야 한다.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 파스퇴르 박사가 남긴 말이 이번 SARS-CoV-2를 당하면서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횃불과 기름을 준비한 현명한 다섯 처녀처럼 대비책은 준비다. 어떻게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