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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왜 지역사회 전파가 곤혹스럽게 잘 이루어질까?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0-03-13 07:45
    최종업데이트 2020-03-13 10:4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COVID-19, 바이러스명 SARS-CoV-2)'의 빠른 전파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역사회 전파가 이렇게 잘 이뤄지는 호흡기 계통의 병원체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 상태"라고 트위터에 표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한 달 이상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감염력이 굉장히 높다는 것과 잠복기도 굉장히 짧고 증상 초기에도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집단 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고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왜 이렇게 빠르게 전파되는 것일까? 먼저 과학자들은 SARS-CoV-2에 대비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한 염기서열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WVI) 연구소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박쥐 바이러스(RaTG13)와 96% 유사하고 2018년 저장성에서 채취한 박쥐코로나 바이러스(bat-SL-CoVZXC21)와 88%, SARS-CoV와 79%, MERS와 60% 같았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라도 염기서열 유사성에는 차이가 있다.

    이 서열 차이에 바이러스의 모든 비밀이 들어있다.

    지난 2002년의 악몽이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유행 이후 연구자들은 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 침투하는지 연구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바깥쪽에 왕관처럼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SARS-CoV-2도 사스처럼 스파이크를 통해 인간 세포 표면에 있는 ACE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2)에 기능적으로 수용체 단백질로 결합하여 세포에 침입한다. 스파이크가 ACE2에 잘 결합할수록 감염이 잘 일어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수의학과 Fang Li 교수 연구팀이 'Receptor recognition by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An analysis based on decade-long structural studies of SARS'라는 논문을 1월 29일 바이러스 학술지(Journal of Virology)에 게재했다.

    먼저 SARS-CoV-2에 존재하는 receptor-binding motif(RBM)와 그들이 연구해온 사스의 RBM과 염기서열 상으로 거의 76% 비슷하기에 SARS-CoV-2가 ACE2를 기능적인 수용체 단백질로 사용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바이러스 구조 연구를 통해 사스의 RBM 가운데 아미노산(442, 472, 479, 480, 487번)이 hotspot-31을 구성해 ACE2를 결합하는데 중요한 아미노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SARS-CoV-2의 RBM 가운데 특히 변형해 존재하는 Gln493은 사스의 479Asn과 구조적으로 같은 위치에 존재한다. 이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ACE2에 보다 더 결합력이 높게 만드는 아미노산 변형이기에 사람과 사람으로 더 빠르게 전염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아래 그림 1 참조).
     
    그림 1.

    하버드대 전염병 전문가 마크 립시치 교수는 지난 2월 24일 전체 인류 중 최대 4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이란, 이탈리아에 이어 미국도 심각하게 전염이 시작돼 글로벌 팬데믹(pandemic)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WHO도 공식적으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지난 2002~2003년 사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명이 감염되는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SARS-CoV-2는 바이러스 이름에 SARS를 집어넣을 만큼 근원이 같다. 사스처럼 같은 ACE2 단백질을 이용해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까?

    SARS-CoV-2의 Gln493 돌연변이 하나가 ACE2에 대한 두 단백질의 친화력(Kd)을 비교하면 최대 5배 차이나지만 현실의 전파력은 그것보다 현저하게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ACE2 단백질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평소에 그렇게 많이 발현되지 않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기에 사스 바람이 불 때 전 세계 감염자는 8000명에 그쳤고 팬데믹으로 가지는 않았다. 건강한 사람도 감염되는 SARS-CoV-2에 SARS-CoV와 다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다름이 무엇일까? 먼저 1월 31일 인도 연구자들이 SARS-CoV-2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가 'bioRxiv'에 게재됐다 자진 철회됐다. SARS-CoV-2는 SARS-CoV와 거의 유사한 서열을 가지고 있으면서 s(spike) protein 영역내 4군데에 독특하게 삽입된(4 insertions) 염기서열이 최근 모든 환자에서 발견됐다.

    이 염기서열은 HIV-1가 호스트 세포에 붙기 위한 구조적으로 매우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이고 모두가 NCBI GeneBank에 등록된 다양한 HIV-1의 gp120과 GAG 도메인에서 발견되는 서열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아래 그림 2 참조)
     
    그림 2.

    프랑스 연구팀과 중국 톈진 난카이(南開)대 팀이 지난 2월 27일 각각 'Antiviral Research 176(2020) 104742'와 중국 과학아카데미가 운영하는 연구논문 사전공개 플랫폼(Chinarxiv.org)에 SARS-CoV-2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단백질을 자르는 퓨린(Furin)이라는 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아미노산 사이트가 SARS-CoV-2의 S-protein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SARS-CoV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SARS-CoV-2에 4개 아미노산(SPRR)이 삽입돼 HIV의 'Envelope 단백질'인 Gp160와 유사한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포스팅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4개의 아미노산이 인도 연구자들이 먼저 포스팅한 'Insertion 4'에 들어간 아미노산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위 그림 2와 아래 그림 3 참조).
     
    그림 3.

    우리 몸 속의 많은 단백질들은 평소에는 작용을 하지 않는 휴지상태(dormant)에 있다가 어느 특정 부위가 엔도프로테아제(Endoprotease)에 의해 잘려지면 활성상태로 전환해 자기 고유의 작용을 시작한다.

    전염성이 강한 HIV나 에볼라(Ebola)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방식은 바로 사람의 퓨린 효소를 이용하여 활성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퓨린 효소(furin-like protease)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motif (R/K)-(2X)n-(R/K)↓'를 자르면 바로 사람 세포의 엔도솜(endosome)과 결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융합 단백질(Fusion Protein)'이 바로 연결돼 작용한다.

    SARS-CoV-2가 이러한 인체 침투 방식으로 ACE2 단백질만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스보다 100∼1000배 전파력이 높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SARS-CoV-2는 사스처럼 ACE2와 연결하는 부위에 더해 엑스트라로 HIV와 같은 바이러스 '패키징 메카니즘(packaging mechanism)'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림 4.

    명석한 바이러스는 1997년 홍콩에서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H5N1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 HA) 자르는 곳으로 이미 퓨린 같은 효소가 잘라낼 수 있는 염기성 아미노산이 계속되는 'RERRRKKR↓GL'을 사용한 적이 있다.

    다른 'c- & a-line' 코로나 바이러스(HCoV-OC43, MERS-CoV, MHV-A59)에서는 이런 퓨린 같은 효소를 이미 사용했지만 이번 신종이 나타나기 전까지 'b-line 베타(b)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 이런 특성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 보고된 케이스다(위 그림 3 참조).

    우리 몸에서 ACE2 단백질이 가장 많이 발현되는 부위가 바로 폐와 소장이다. 놀랍게도 퓨린 효소가 가장 많이 발현하는 곳도 바로 폐다. 그러기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즉 SARS라는 질환명이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SARS-CoV-2로 명명된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S-protein 'priming'으로 ACE2에 갈고리를 얹은 다음 다른 베타(b)코로나 바이러스에 있는 퓨린 효소를 이용하는 'gain-of-function'을 얻어 지역사회 전파가 이렇게 잘 이뤄지는 호흡기 계통의 병원체로 돌변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새롭게 창궐할지 이제 인류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 상태다.

    중국 연구팀은 인디나비르(HIV protease inhibitor), 보세프레비르(HCV protease inhibitor)가 인체에서 SARS-CoV-2의 복제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들은 엔도프로테아제 억제제(Endoprotease inhibitor)가 아니기에 다를 것이다.

    또 프랑스 연구팀은 'dec-RVKR-cmk'과 같이 비가역적인 물질이나 현재 퓨린 단백질 3차 구조를 이용한 2,5- dideoxystreptamine-derived inhibitor를 억제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논문에 기술했지만 필자는 실험실에서 연구 도구로 가능하지만 약으로 개발되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예견하는 것은 인도 과학자들이 지적한 HIV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Insertion 1, 2, 3'이 SARS-CoV-2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앞으로 과학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다. '수렴적인 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새로운 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위 그림 2 참조).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