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3월 16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에 대한 RNA백신의 첫 번째 사람 투여가 이뤄졌다. 약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First-in-human(FIH)'이 기념비적인 이벤트다. 속도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발표된 후 2달만에 이루어진 기록적인 일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시작해 지구촌 도처에서 국경이 없이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빠른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항하는 백신은 언제 나올 것인가? 빠르면 앞으로 1년 길으면 1년 6개월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안은 없는가? 국내에서도 이런 저런 약물이 듣는다고 발표는 하는데 현실성이 없는 주가 상승을 위한 작전으로 보일 뿐이니 안타깝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면역학 전문가인 아르투로 카사데발(Arturo Casadevall) 교수가 JCI(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The convalescent sera option for containing COVID-19'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흥미로운 코로나19 치료 방법을 소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회복된(convalescent) 환자의 혈청(serum)에 새롭게 존재하는 중화항체를 다른 코로나19 환자에게 주입해 그 환자의 바이러스에 대한 자체 면역을 증강(boosting)시켜 치료하거나 혹은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유서 깊은 방법이다. 카사데발 교수가 언급하듯이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 당시 의학저널을 보면 심각한 환자에게 회복자의 혈장을 주사했더니 사망률이 50%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1934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기숙학교에서 홍역(紅疫, measles) 바이러스가 돌때 첫 감염자의 혈청을 62명의 동료 학생들에게 주사했더니 3명만 경증의 홍역이 발생한 기록도 있다.
2009년 H1N1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팬데믹 때에도 감염자에게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투여하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기도의 바이러스량 및 혈청 사이토카인 반응이 유의하게 낮고 사망률도 유의하게 낮다고 홍콩대학 퀸메리병원 감염증과 유엔(Yuen) 교수가 CID(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한 문헌도 있다. 치료군의 사망률은 20.0%이고 대조군의 54.8%와 비교해 유의하게 낮았다(P=0.01).
이 오래된 방법으로 이미 2월달에 중국 상하이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다. 물론 아직 의료적인 결과에 대한 보고는 없다.
제약사 다케다는 이미 같은 방식에서 진보한 'intravenous immunoglobin(IVIG)'라는 항체약을 면역 이상이 생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아 사용하고 있다. IVIG는 단순히 건강한 사람의 혈장에서 여러 종류의 항체를 정제시킨 것이다.
다케다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의 혈장에서 IVIG를 정제하는 방법에 이미 'TAK-888'이란 코드를 부여했다. 채소가 텃밭에 다양한 것처럼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항체보다 TAK-888은 코로나바이러스만 타겟하는 항체로 범위를 좁힌 것이다. 이 치료방법은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1상이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을 거칠 필요가 없기에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 곧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다케다 혈액·혈장 부분의 대표인 줄리 김(Julie Kim)은 이 새로운 약으로 모든 감염된 환자가 아니라 단지 중증 이상의 환자에게만 처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회복된 한 사람의 IVIG가 최소한 한 중증환자에게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케다는 회복된 환자에게 얼마나 많은 중화항체가 존재하는지 정확히 측정하기 전까지는 어떤 양의 TAK-888을 투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를 마치기까지는 정확한 일정을 확정 지을 수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같은 방법이지만 한 걸음 더 진보해 미국 국방부도 지난 2월부터 60일 목표로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항체를 추출해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유전자를 환자에게 주사하면 6~24시간 안에 인체에서 항체가 생겨나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이 3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연구기관이 혈액속에서 코로나19 항체를 탐지하는 단백질(probe)제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브를 가지고 향후 백신 또는 치료제 효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이 프로브는 바이러스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말하는 것 같다. 회복된 환자의 항체를 탐지하는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약은 존재하는가? 콩고민주공화국은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 에볼라 발병 사태를 겪었다.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50% 이상에 이르는 사실상의 불치병이었다.
드디어 지난해 8월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항체가 개발됐다. 리제네론(Regeneron)의 REGN-EB3는 3종의 항체 단백질이 혼합된 형태다. 이 항체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90%에 이르는 생존율을 보였기에 과학자들은 에볼라가 예방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누가 코로나19에 대한 항체약을 처음으로 만들 것인가? 많은 항체 회사 중에 리제네론이 지난 3월 2일 백악관 '코로나19 대책 회의'에 초대받은 10명 가운데 유일한 손님이었다. 리제네론이 코로나19 치료항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리제네론은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 치료제를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치료목표 단백질의 기능을 막기위해 사람의 항체를 빠르게 찾는 'VelociSuite' 기술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리제네론이 새로운 병원체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가질 수 있었는가? 2002년 사스(SARS) 때 열심히 치료항체를 개발했지만 사스는 이미 도망가고 말았다. 시간 싸움에서 진 것이다.
2012년 메르스(MERS)가 나타났을 때 약물발굴 및 개발과정을 빠르게 개선해 6개월만에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 양의 항체를 생산했다. 놀라운 속도(Velocity)로 항체개발을 했지만 메르스는 한철 만에 사라져 버리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기에 개발된 치료제가 냉장고에서 잠자는 경험을 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의 경험이다. 계절성 바이러스는 역시 상업성이 부족하다.
리제네론은 인간 면역체계를 갖춘 유전자 변형 마우스(genetically-engineered mouse) 모델을 이용해 원하는 바이러스 타깃의 최적화된 완전 인간화 항체(fully-human antibodies)를 생산할 수 있는 VelocImmune 기술을 적용한 실험용 쥐들로부터 바이러스 중화 인간 항체들을 다수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3월 17일 공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리제네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들로부터 중화항체들을 먼저 분리했기에 가능성 있는 항체 풀(antibodies pool)의 크기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점이다. 대규모의 후보항체 풀로부터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과의 결합력 등을 근거로 칵테일 요법제에 사용할 2개 항체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일항체가 아니라 에볼라에서 경험했던 다중항체 방법론을 사용하면 바이러스의 다양한 부위를 표적으로 작용해 여러 바이러스 변종들로부터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바라기는 스파이크 단백질 표적뿐만 아니라 SARS-CoV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SARS-CoV-2에 4개 아미노산(SPRR)이 새롭게 삽입돼 퓨린(Furin)으로 잘리는 부분도 선택된 항체가 'epitope'로 인식하면 좋겠다.
리제네론은 벨록시맙’(VelociMab) 기술을 적용해 선택된 선도항체들의 세포주(cell lines)들을 사용하여 매월 다량의 예방용 도스분을 생산해 초여름까지는 최초의 임상시험 용도로 필요한 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현재 임상시험에 준비태세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혈장 치료법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끄면서 RNA백신이 3월 16일에 첫 환자 투여에 들어갔지만 항체 치료제도 예상보다 빠르게 올 여름이면 첫 환자에게 투여하는 'FIH'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