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분쟁이 늘고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손해보험협회, 대한정맥학회가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에선 지난 2016년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 실손보험에서 제외됐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논의에서 배제된 흉부외과 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하지정맥류 실손청구 늘며 지급 거부도 증가...정맥학회 자정 노력 기울이기도
27일 의료계의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 대한정맥학회 관계자들은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 보험금 지급 분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이번 만남은 대한정맥학회가 먼저 금융감독원에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이번 만남이 손해율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험업계가 백내장 수술에 이어 하지정맥류 수술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하지정맥류는 수술 환자와 실손보험 청구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보험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수술 환자는 2016년 16만2000명에서 2021년 24만7964명으로 53%(8만5964명) 증가했다. 실손보험청구건수 역시 2014년 3000만명에서 2019년 38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나치게 고가의 치료를 하거나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경우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맥학회는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하지정맥류 치료를 강요하는 회원은 제명하겠다”며 윤리강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지난 2016년 실손보험 약관 변경으로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 미용 목적으로 분류되며 실손보험에서 제외됐던 일을 떠올리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당시 의료계는 하지정맥류 수술이 비급여라는 이유만으로 미용목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한 끝에 2017년 미용 목적이 아닌 원래 치료 목적으로의 약관 개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거부, 일부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이 부각되면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협회가 입원 필요성 부정" 주장도...흉부외과의사회∙학회 논의 배제에 '반발'
일각에선 이날 회의에 참석한 손해보험협회 관계자가 하지정맥류 수술의 입원 치료 필요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 하지정맥류 수술은 수면 마취 후 회복 시간이 필요하며, 환자 상황이나 치료 방법에 따라 입원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환자가 입원 시 지급해야 할 금액이 크게 늘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 보험사들은 십여년 전부터 하지정맥류 수술 의료기관들이 허위 입원을 일삼고 있다며 고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정맥학회 이성호 이사장(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은 입원 치료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이사장은 “손해보험사가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늘면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입원 관련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환자와 수술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일괄적으로 실손에서 제외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는 금방 해답이 나오기 어렵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등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은 흉부외과 개원의들도 많이 시행하는 수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6년 당시에도 흉부외과의사회는 하지정맥류 수술의 실손보험 제외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백내장에 대해서 안과의사회와 논의를 했듯이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해선 흉부외과의사회와도 반드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 역시 “이 문제는 정맥학회 뿐 아니라 혈관외과학회, 흉부외과학회 등 모든 유관 학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이런 논의를 특정 학회나 단체를 통해서만 진행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