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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학회 "PA 업무규정 마련 논의해볼 것...법적 위험 대비 필요"

    학술대회서 "병원별∙학회별 가이드라인 필요" 언급...전공의 "PA 반발은 교수들의 교육시스템 관심 부재에 따른 것"

    기사입력시간 2021-11-05 07:35
    최종업데이트 2021-11-05 08:56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외과학회가 학회 차원에서 PA(진료보조인력) 업무규정 마련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들이 별도 규정없이 PA를 운영하며 법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국립대병원 PA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개 국립대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PA 수는 1091명에 달한다. 이는 2년 전 797명에 비해 300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4일 열린 ACSKSS 2021(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전공의와 PA의 슬기로운 공존’ 세션에서 “서울대병원이 CPN(임상전담간호사)을 통해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아는데 대부분의 다른 병원들은 별도로 업무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각 병원 외과 의국에서라도 규정을 두는 것이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병원 차원에서 어렵다면 학회 단위에서라도 필요하다. 학회 교육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학술위원회 김성근 부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교수)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병원별로 진료보조업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나 직무기술서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교수들 뿐 아니라 전공의, PA들이 다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시작돼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에서 오히려 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도 합법화∙양성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가 거센 반대에도 코로나19로 어느 정도 문이 열린 상황인데 새로운 제도가 생길 때는 끌려가기 보단 주도적으로 가는게 낫다. 많은 PA들이 외과에서 식구로 일하는 만큼 외과학회가 이 문제를 슬기롭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행위 정의 불명확해 규정 마련 어려워...복지부 "공청회서 제시한 부분 구체화 예정"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병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업무 규정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법상에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기획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병원장)는 “병원들이 업무 규정을 마련하려해도 자칫 실정법을 위반하게 될 수도 있어 명문화가 어렵다”며 “복지부가 정책이 마련되기 전에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라도 먼저 해주면 거기에 맞춰 각 병원들에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론 복지부가 의료법 내에서 각 학회들의 의견을 받은 뒤, 규정을 마련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병원별로 PA 관리 운영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 관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간호정책과 양정석 과장은 “지난 공청회에서 포괄적으로 제시가 됐고 현재 구체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부분을 한 번에 나열할 순 없겠지만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이나 꼭 지켜져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선 연구진을 통해 가급적 많이 제시하겠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들과 상의해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이현도 전공의, 복지부 양정석 과장,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 동아대병원 남소현 교수, 고대의대 박현미 교수

    "문제는 PA 아닌 전공의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한 교수들" 전공의 지적도

    이날 세션에서는 PA가 전공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김 부위원장은 “일부 병원에서 PA로 인해 전공의들의 수술 경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련병원인 이상, 전공의들이 수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제대로 된 PA 제도 운영은 전공의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박현미 교수는 영국의 PA인 ACP(Advanced Clinical Practioner) 제도에 대해 소개하며 “ACP가 어시스턴트를 해줄 때 전공의들이 First Surgeon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며 “처음에 ACP를 교육시킬 때 전공의도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지만 ACP는 한번 교육시키면 10~20년 같이 가기 때문에 처음 힘든 부분만 넘기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PA에 대해 느끼는 경쟁의식 등은 교수들의 전공의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 때문이라는 일침도 나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이현도 전공의(외과 4년차)는 “1년차일 때는 수술방에서 훨씬 능숙한 PA들을 보며 자격지심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괜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며 “사실 전공의들이 PA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은 PA의 문제도, PA 제도의 문제도 아니고 교수들의 잘못이다. 전공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더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다면 그런 생각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외과가 3년제로 줄고 주 80시간 근무가 되면서 예전처럼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외국 PA 교육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선 전공의에게도 저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단 생각을 했다”며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 마련에 교수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전공의들이 PA에 비해 뒤쳐진단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우용 이사장은 “전공의 교육의 총책임을 지고 있는 외과학회 이사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결국 교수들의 문제다. 교수들이 전공의를 확실하게 교육하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전공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