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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공공 정신의료 예산 5389원, OECD 평균 2.7%그쳐…“예산 증액 필요”

    복지부 “예산 부족 문제점 공감…국회 예산 증액 위해 최선 다할 것”

    기사입력시간 2021-11-25 07:31
    최종업데이트 2021-11-25 07:31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신건강 의료서비스의 문제는 예산의 차이고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다."
     
    미래 정신건강 진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 예산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계획했던 예산에 비해 충분한 반영이 이뤄지지 못해 향후 의료 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취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는 24일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가 주최한 '정신건강 향상 토론회'에서 "정신건강복지 예산이 최근 증액되긴 했지만 아직도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신건강 진료 서비스는 예산과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정신건강복지 예산은 2021년 기준 4065억으로 전년대비 27%인 874억 원 증원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예산 규모는 아직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설상가상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 사태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백 법제이사는 "정신건강복지예산 4065억 원은 교통안전공단이나 안전보건공단 등 국민생명지키기 프로젝트의 교통과 산재예방 한 기관 운용 예산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재 국회에서 예산이 심의 중인데 예산 증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국내 공공정신 분야 1인당 예산은 5389원 수준인데 반해 선진국 평균은 9만52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서도 2.7%에 그쳐 예산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예산 운용 방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백 법제이사는 "일본은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사업을 담당하므로 사업비만 필요하다"며 "반면 한국은 고위험군집중관리, 심리부검체계, 유족지원, 상담전화 운영 모두 인건비가 대부분 정신건강복지센터 위탁형으로 운영돼 비효율적이고 지자체에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책적 제언도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통합적 계획 수립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급성과 만성기 병동을 구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권준수 교수는 "미래 정신의학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통합적 계획과 효율적인 관리가 필수"라며 "컨트롤 타워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민정신건강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영국이나 일본처럼 '국민 행복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각 부처의 명확한 역할과 협력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제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며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 재정 지원을 늘려 국립정신건강원으로 변경해 명실상부한 연구개발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상 구분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오승준 총무이사는 "현재 중소병원에 정신질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급성기 환자와 만성환자가 혼재돼 하나의 시스템에 존재하게 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환자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오 총무이사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급성과 만성기 정신질환 병동을 나누는 일이다. 현재와 같이 모든 정신질환자들을 혼재시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분리시키고 급성기 환자는 한달 이내에 대부분 통원치료로 전환하거나 재활 시설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급성기 입원 병동의 경우 더 많은 의료인력과 비의료인력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예산 부족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증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최근 많은 추경을 확보하고 5년간 2조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부분은 기획재정부에 반영이 되지 않아서 현재 국회에 증액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필요한 예산의 절반 정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된 상태로 정신응급의료센터 설립 등에서도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원래 예상했던 8개소 보다 수를 줄이면서 내실 있게 만들거나 하는 등 판단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도와주신다면 예산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