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180개국에서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보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장기화되면서 경제, 정치, 문화 등에 많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 작가는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기고를 통해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서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민족주의적 고립이 아닌, 시민적 역량강화와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라리 작가는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여러 정부에서는 많은 감시도구를 동원했다"면서 "중국은 스마트폰 감시, 수백만대 CCTV, 체온 보고 등으로 감염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기 위한 감시기술을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동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감염병으로 인해 감시와 추적 기술을 거부했던 국가에서조차 일상화될 수 있으며, 감시기술이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임시적 조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하라리의 의견이다.
하라리 작가는 "임시적 조치는 대게 위기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지속되기 마련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48년 독립전쟁 당시 비상시국을 선포해 언론검열과 토지몰수 등의 특별한 규제 등을 '임시적'으로 도입했으나, 전쟁 이후에도 이들 규제가 오랜기간 유지했다"면서 "코로나19 역시 확진자 수가 0명으로 되더라도 데이터 수집에 굶주린 정부는 '2차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지속적인 생체감시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체주의적 감시체제 동원 없이 '시민적 역량 강화(empowering citizens)'만으로도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면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은 폭넓은 테스트와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빅브라더 감시 없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두 번째 중요한 선택은 민족주의적 고립이 아닌 글로벌 연대라고 강조했다.
하라리 작가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의사가 아침에 발견한 사실은 저녁에 테헤란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여러 정책 대안을 상대로 고민할 때, 한 달 전 비슷한 고민을 했던 한국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바이러스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며, 이는 글로벌 협조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즉 국가들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겸손하게 조언을 구하자는 것이다.
또한 그는 주고받는 데이터를 신뢰하면서 교훈을 얻고, 글로벌 차원에서 의료물자를 생산하고 배분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라리 작가는 "전쟁 시 국가들이 전략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전쟁의 전략물자를 인류화할 필요가 있다. 확진자 수가 적은 부유한 국가는 확진자 수가 많은 빈국에게 물자를 지원하고, 추후 비슷한 일이 자국에서 발생했을 때 다른 국가들이 도울거라는 믿음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력을 글로벌 차원에서 풀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인력 풀링은 피해가 적은 국가는 자국의 의료진을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국가에 파견하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또 귀중한 경험·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열의 길을 선택할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미래에 더욱 큰 재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인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글로벌 연대를 택한다면 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한 승리가 될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모든 감염병(전염병)을 상대로 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