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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르탄 사태, 식약처 무능과 복지부 제네릭 우대정책이 원인"

    바른의료연구소, 오리지널약보다 판매정지 발사르탄 제네릭 가격이 더 비싸

    기사입력시간 2018-07-12 11:54
    최종업데이트 2018-07-12 17:5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사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능과 보건복지부의 복제약 우대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2일 중국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이라는 불순물이 발견된 이번 사태에 대해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중국산 발사르탄(Valsartan)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라는 불순물이 확인돼 제품 회수 중임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한 식약처도 지난 7일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 잠정적인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했다. 국제암연구소가 NDMA를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2A 등급)로 분류한데 따른 것이다.

    연구소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의약품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검출된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제품을 복용하는 수많은 고혈압 환자들도 혹시 자신도 암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가 제조해 제약회사에 공급하던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이다. 발사르탄은 노바티스사가 개발해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에 널리 사용되던 '디오반정', '코디오반정'의 핵심 유효성분이다. 또한 발사르탄과 암로디핀 성분을 하나의 약으로 만든 고혈압약 엑스포지정의 핵심성분이다. 디오반정이 2011년 11월, 엑스포지정이 2013년 10월 특허가 만료되자 수백 개의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출시에 나섰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국내 제품들은 모두 오리지널약인 디오반정, 코디오반정, 엑스포지정의 복제약 중 원료의약품을 중국 화하이사에서 공급받아 제조한 의약품들이다. 

    이에 연구소는 식약처의 무능한 대처를 지적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이번 사태를 EMA의 7월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인지했지만, EMA는 화하이사가 보고해 인지했다"며 "환자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식약처는 제조소인 화하이사로부터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제조소 관리규정에 원료의약품의 품질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시 바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이 아예 없다면, 이는 식약처의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만약 규정이 있음에도 제조소가 보고하지 않았다면, 제조소에 강력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EMA는 보도자료에서 NDMA의 검출은 예기치 않은 일이며, 발사르탄 제조공정의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짐작했다. 

    연구소는 "외신 피어스파마(FiercePharma)는 화하이가 상하이 주식시장에 제출한 기업공시에는 새롭게 도입한 제조공정에 대해 이전에 관련국의 동의를 받았고, 검출된 NDMA 양은 극미량이라고 밝혔다"며 "그렇다면 식약처도 화하이의 제조공정 변경에 동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만약 식약처가 화하이의 제조공정 변경에 동의했다면, 어떠한 과정과 근거를 가지고 동의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라며 "제조소가 원료의약품 제조공정을 변경한 경우 곧바로 식약처와 수입 제약사에 알려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면, 이 또한 식약처의 직무유기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약사들에 확인절차 없이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의약품을 공개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제약사에 해당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지 묻지 않고 82개사 219품목에 대해 전격적으로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의약품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며 "그 후 현장조사를 시행해 7월 9일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104개 품목(46개 업체)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처음에 약을 교체했다가 나중에 번복하는 곤란을 겪어야 했다"며 "식약처가 계란 살충제 파동 때와 똑같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늑장 공개에 따른 비난을 면하기 위해 앞뒤 사정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이번 사안이 아주 심각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토요일에 이런 내용을 발표해야 했는지 의문도 제기했다.

    연구소는 "고혈압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문제의 약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주말 내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며 "각 제품별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7월 9일 월요일에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견된 NDMA와 발암물질 등급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NDMA에 대해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2A 등급)이라고만 밝혔다"며 "만약 식약처가 보도자료에서 2A 등급이 가지는 의미를 명확히 설명했다면, 환자들이 덜 불안해 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5개의 등급(1, 2A, 2B, 3, 4)으로 분류한다. 1등급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물질이다. 2A는 인체 발암성에 대한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실험동물 자료가 충분한 물질이다. 2B는 인체 발암성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고, 실험동물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물질이다. 3등급은 인체 발암 물질로 분류할 수 없고, 4등급은 비발암성이라고 여겨지는 물질이다. 즉, 2A 등급 역시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발암성이 확실하게 입증된 1등급보다는 낮은 단계라는 것이다. 

    이어 이번 식약처의 대응이 천연물신약의 경우와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2013년 한약재를 추출해 만든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자 식약처는 발암물질의 검출량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며 "이후 국회의 감사청구 의결에 따라 감사를 시행한 감사원은 천연물신약의 벤조피렌 저감화 조치를 취하라고 식약처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연구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전보다 검출량은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벤조피렌이 0.5~2.9 ppb 검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는 판매 및 제조중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환자들이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식약처는 이런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않고 오로지 면피성 대응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이번에 문제된 제품 이외에도 전체 의약품에서의 불순물, 발암물질 등을 조사해 다시는 이와 같은 충격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싼 외국 원료로 복제약을 제조해도 비싼 약가를 책정해주는 보건복지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연구소가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함유 복제약의 약가를 조사한 결과, 발사르탄80mg, 160mg, 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80/12.5mg, 160/12.5mg, 암로디핀/발사르탄5/80mg, 5/160mg, 10/160mg 등 모든 제제에서 금번에 판매 정지된 의약품의 가격이 거의 대부분 오리지널약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오리지널약보다 싼 약은 각 제제당 2~6개 품목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표 1~4 참조)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는 "현재 국내에는 해외에서 싼 가격으로 구입한 원료의약품으로 특정 제약회사가 완제품을 만들면, 그 제약회사와 생동성시험을 공동 또는 위수탁해 상당수의 제약회사가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고도 복제약을 판매하고 있다"며 "심지어 한 제약사에서 제조한 완제품을 무려 20여 곳이 넘는 제약사에서 이름만 달리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중국의 원료의약품 판매 사이트에는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1kg을 90~240달러에 판매한다고 나온다"며 "만약 발사르탄 원료 1kg을 200달러에 구입해 발사르탄80mg을 제조한다면 1kg으로 1만2500개의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재 발사르탄80mg 완제품의 약가가 525원이므로 발사르탄 원료 1kg의 가격인 22만4600원으로 무려 30배에 달하는 656만25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이는 발사르탄80mg 완제품 중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1정당 원가는 18원에 불과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제형으로 만드는 비용이 조금 더 들긴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제약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복제약에 원가보다 훨씬 높은 약가를, 심지어 특허만료된 오리지널약보다 더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고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허황된 미명에 사로잡혀 원료의약품의 구입처에 상관 없이 높은 약가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복지부의 엉터리 복제약 약가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약가우대, R&D 우대, 세제지원, 정책자금 융자 등 전폭적인 정부지원을 받는 41개 혁신형 제약기업 중 8개사(20%)가 판매정지 대상업체에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해당 제약사는 부광약품, 종근당, 태준제약, 한독, 한림제약, SK케미칼, 건일제약, 한국콜마 등이다. 

    연구소는 "복지부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식약처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가격을 공개해 현재의 복제약 가격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었는지를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원료의약품 제조소, 원료의약품 구입업체, 의약품 제조사, 판매사 등 수많은 복제약의 생산이력과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어느 약이 우수한 약인지, 어느 약이 환자를 위해 최선의 약인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약사회가 이번 사태에 대해 발표한 부분도 황당한 궤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약사회는 7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 사건은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행태로 인해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에 발암성 성분이 함유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 재료로 생산된 저가의 의약품을 사용하게 한 것은 의사의 처방에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아무 관련도 없는 약사직능을 걸고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의 실시를 요구했다. 

    연구소는 "이 성명은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에 대한 반박이지만, 약사회의 성명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의약품 리베이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 더군다나 현재의 상품명 처방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 만약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고 있었어도 이 사건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런 사건이 예방되려면, 식약처가 국내외 원료의약품 제조소와 전체 의약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며 "의사와 약사 중 누가 약의 선택권을 갖는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했다.

    연구소는 "약사회는 이번 사건을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행태'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번에 판매 정지된 복제약들은 거의 대부분 오리지널약의 가격보다 높았다"고 반박했다. 

    연구소는 "식약처는 최근 3년간 전체 발사르탄 총 제조•수입량 중 금번 중국 제조사 발사르탄은 같은 기간 전체 제조•수입량의 2.8%에 해당된다고 밝혔다"며 "전체 발사르탄 총 2.8%만 문제의 중국 회사에서 수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문제의 약들이 싸구려 약이 아니라 복지부가 오리지널약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라며 "마치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아 싸구려 약을 처방했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은 의사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망언이다"라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월 감사원의 '건강보험 약제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에서 환자에게 싸구려 약을 조제해 주고서는 원래 의사가 처방한 고가약을 조제한 것처럼 부당 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에 달하는 1만6306개소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금도 이런 '싸구려 약 바꿔치기' 관행이 지속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 제도로 의사가 처방한 오리지널약을 약사가 싼 약으로 대체조제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사에게 약가차액의 30%를 지원해주고 있지 않다. '싸구려 약'은 오히려 약사회에 더 어울리는 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의 발암 가능성 물질이 검출된 사건은 원료의약품 제조소인 화하이사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할 것이다"라며 "중국 업체가 발사르탄 제조공정을 변경하고 NDMA 물질이 검출되는 과정에서 식약처가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 사태는 식약처의 무능한 대처와 복지부의 무분별한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의사들은 식약처가 허가한 복제약을 처방했을 뿐인데도 어느 순간 환자들로부터 발암 가능성이 있는 약을 처방한 부도덕한 의사로 지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식약처와 복지부도 파악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의사들이 어떤 약에 발암가능성 물질이 함유됐는지를 알 수 있겠느냐"며 "향후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제도와 정책들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도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다"며 "의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약사회에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