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집행부가 존재감을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집행부 탄핵·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7월 임시대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부쩍 눈에 띄는 대내외 활동 비중이 증가하면서 존재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늘어나는 추세다.
임총서 언급된 의료현안 회무서 최우선 배치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필수 회장 집행부는 임총 동의서가 모이기 시작한 6월 이후 7월에만 굵직한 행보가 10건이 넘는다. 대부분 이필수 회장이 직접 참석해 무게감을 실었다.
7월 의협 집행부 행보를 살펴보면, 산적한 의료정책 현안에 대한 회무가 가장 많았다. 특히 임총에서 지적된 탄핵 사유와 관련된 이슈가 다수 포함됐다.
임총 당시 집행부 불신임 사유는 11가지였다. ▲의대정원 확대 독단적 합의 ▲수술실CCTV 설치 의무화법안 통과 ▲면허박탈법 통과 실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일부 동의 및 오대응으로 후불제 자초 ▲검체수탁검사 고시 파행 야기 ▲약 배송주장 포기로 인한 진료는 비대면, 약은 대면이라는 굴욕적, 기형적 모형 동의 ▲의학정보원, 면허관리원 고의 무산으로 현안 대응 포기 및 위기 초래 ▲공적전자처방전 무대응으로 처방전 리필제 등 성분명 처방 단초 제공 ▲안일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한방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자초 ▲한방사 한림원 등록 및 한방 영어 명칭 무대응 등 고의 실수 의혹 ▲전문약사제도 안일한 업무 처리로 인한 약사를 전문의와 동등한 지위 인정 등이다.
의협은 7월 7일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안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13일엔 실손보험법안에 반대하며 직접 집행부 임원들이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방안으로 '시니어의사 활용방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13일에 개최됐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국회에 발의된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대한 대안 격으로 제시된 것이다.
의대정원 문제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의대정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단 실용적인 대안책을 내놓은 선에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21일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안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해당 법안이 의료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과 관련된 탄원서도 제출됐다. 이필수 회장은 7월 31일 의사 1만2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 환송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렇듯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의대정원 확대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법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문제는 임총에서 탄핵사유로 직접 언급됐던 내용들이다.
집행부 입장에선 탄핵과 비대위 구성이 무산되긴 했지만, 임총에서 드러난 것처럼 회원 불만이 많은 사안별로 순차적인 방어 입장을 견지해 민심을 다잡고자 하는 속내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원가 회원 겨냥한 듯한 회무 눈길…회원 권익 보호도 강조
이외 개원가 회원들을 겨냥한 듯한 회무도 눈에 띄었다. 이필수 회장은 같은 달 19일과 28일 각각 직접 '노인외래정액제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과 '적정병상 수급 시책 마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노인외래정액제는 노인 환자 수가 조정으로 인해 노인 환자 비중이 많은 내과 등 개원가에서 관심이 많은 사항이다.
특히 이필수 회장은 적정병상 수급 마련 기자회견에선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립을 반대했다. 분원 설립으로 인해 지역의료가 붕괴된다는 주장이었지만 이 또한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져 개원가와 중소병원 회원들 입장에서 목소리를 낸 셈이다.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회무도 이어졌다.
지난 3일엔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기자회견에 이필수 회장이 직접 참석해 수사 종결과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한 8일엔 회원권익센터 개소 2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27일엔 전라북도의사회 현지조사 설명회를 개최했다.
회원권익센터 개소는 이필수 회장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회무 중 하나다. 지난 2021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회원권익센터 개소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탄핵 위기 등 한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의협 집행부가 더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활발한 회무 움직임들이 실제 만족할만한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집행부 회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드러내며 탄핵이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료계 인샤들도 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탄핵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최근 실효성 보다 일부러 더 보여주기식 여론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일례로 이미 여야 합의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통과됐고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마당에 헌법소원을 한다고 해서 어떤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