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위해 4월 말까지 3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반면 전문가들은 당장 2분기 접종 물량 수급과 함께 지나치게 속도만 강조되다 보니 예방접종센터 등 현장의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접종 일정 앞당겨 사회필수인력 대상 AZ 백신 접종에 '속도'
 
2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오늘(26일)부터 경찰·해양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이들은 시군구별로 지정된 위탁의료기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게 된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 종사하는 의료인 29만4000여명과 더불어 투석환자 등 만성 신장질환자 7만8000여명에 대한 접종도 오늘부터 시작된다. 현재까지 보건의료인 중 52.1%, 만성 신장질환자의 27.2%가 각각 백신 접종을 예약한 상태다.
 
이는 애초 6월로 예정된 접종 일정이 대폭 앞당겨진 사례다. 또한 군 장병들의 접종 일정도 내달 초로 당겨졌다. 30세 이상 장병 약 12만9000명은 군 병원에서 AZ 백신을 접종 받는다.
 
지금까지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있는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 군 의무인력 2400명에 대한 접종을 제외하곤 군 장병 접종이 진행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5일 "이번 주가 방역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고 밝히며 "백신 접종 속도를 최고로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총리대행은 "현재까지 226만명의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정부가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는 하루 평균 14~15만명이 반드시 접종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 추가 계약 희소식…3차 접종도 가능해져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이 추가 구매 계약이 체결된 점도 희소식이다.
 
24일 범정부 백신도입 테스크 포스(TF)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당초 2600만 회분과 추가 계약한 4000만 회분인 총 6600만 회분이 공급되며, 이로 인해 화이자 백신으로 총 3300만 명분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은 현재까지 175만 회분이 공급됐으며, 이를 포함해 6월 말까지 700만 회분이, 3분기부터 59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 3월 24일 공급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매주 정기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1억 9200만 회분으로, 총 9900만 명분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9배,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 목표 3600만 명의 2.75배에 대한 접종이 가능한 물량이다.
 
구체적으로 공급처별로 따져봤을 때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이 1000만명분이며 5개 제약사에서 8900만명분을 공급받게 된다. 제약사별로는 화이자가 3300만명분으로 가장 많고 노바백스와 모더나가 2000만명분, AZ가 1000만명분, 얀센이 600만명분이다.
 
당초 올해 계약된 백신은 총 7900만 명분으로 집단면역 확보에 충분한 물량이지만 정부는 이번 추가 구매로 집단면역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역당국은 국제적인 백신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접종(일명 부스터 샷)과 18세 미만 접종대상 연령 확대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수요 발생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 물량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이제 해소된 셈"이라고 소개했다. 홍남기 총리대행도 "이번 코로나19 백신 추가 계약으로 인해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 목표 3600만명의 3배에 달하는 물량이 확보됐다"며 "이는 3차 접종 가능성 등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확실하고도 충분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2분기 백신 물량 확보‧부작용 따른 변수…접종 현장 혼란도 가중
 
그러나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현재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 맞춰 백신 물량이 제때, 필요한 만큼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2분기부터 도입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 등은 아직 초도 물량 도입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화이자 백신을 4000만 도즈 확보했다는 것이 정말 잘했다고 자랑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당장 2분기 접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걱정이다. 2분기는 말그대로 백신 기근 상태다.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묘연하다"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모더나 백신이 왜 2분기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지 밝히고 앞으로 모더나 백신 관련 업무는 민간 기업에 넘겨야 한다"며 "향후 백신 불안정에 대한 대비를 위한 계획은 무엇인 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백신 부작용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현재 AZ와 얀센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혈소판에 달라붙어 혈소판 감소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AZ와 얀센 백신 모두 혈전 부작용 논란을 겪고 사용이 제한됐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지난 4월 11일 JKM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Z 백신을 맞은 5589명의 의료종사자 중 93.3%가 접종 후 3일 동안 이상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Z 백신을 맞은 20~30대는 96%가 이상반응을 보고했고 40대는 92.9%, 50대는 84.2%로 이상반응이 감소했다. 반면 60대에서의 이상반응은 65.1%에 그쳤다.
 
방역당국도 얀센 백신에 대한 접종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럽의약품청(EMA), 세계보건기구(WHO) 등 권고 내용을 검토해 이번주 중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접종이 불가해질 경우,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상혁 부회장은 "AZ 백신은 60세 이상에서 접종을 하도록 변경이 필요하다. 혈전 부작용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1차 접종 후 20~40대에서 이상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대한감염학회 유진홍 회장은 "백신을 내년에도 맞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을 때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우리 몸이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기능을 점차 축적하면서 제대로 된 작동을 하지 못할 확률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당국이 접종 속도에 중점을 두면서 자칫 예방접종센터 등 현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현장 의사 수에 비해 많은 접종 인원을 한꺼번에 접종하려다 보니 백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환자 예진이 환자 1명 평균 1분도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원래 예방접종센터 운영 계획 수립 당시 의사 1인당 150명의 예진을 기준치로 설정했다"며 "그러나 의료인력 수급이 부족한 지자체 등의 요구에 따라 예진 의사 1인 당 접종인원을 최대 200명 등록 가능하도록 늘리면서 일선 공중보건의사들이 무리한 예진량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상혁 부회장도 "접종 센터가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본격 가동이 되면 현장이 많이 혼라스러워 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