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삼성서울병원 오동렬 교수 “방사선치료 AI, 컨투어링 넘어 치료계획 최적화로 진화”

    [온코스튜디오 KOL 인터뷰] 맞춤형 컨투어링부터 CTV 자동 생성·종양 동태 분석까지 연구...디지털 트윈으로 치료 결과 예측

    기사입력시간 2026-08-18 10:37
    최종업데이트 2026-08-18 12:07

    방사선 치료 소프트웨어 온코소프트 '온코스튜디오'  

    방사선치료는 종양은 정밀하게 제거하고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해야 하는 치료인 만큼 치료계획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컨투어링(Contouring, 윤곽화)과 치료계획 수립은 많은 시간과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으로, 최근에는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온코소프트는 AI 자동 컨투어링 소프트웨어 '온코스튜디오(OncoStudio)'를 시작으로 치료계획시스템(TPS) '온코플랜(OncoPlan)'으로 이어지는 방사선치료 전주기를 아우르는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는 회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온코소프트 기획과 KOL(Key Opinion Leader) 인터뷰를 통해 AI가 방사선치료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국산 솔루션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①수일 걸리던 암 치료 컨투어링 '온코스튜디오'로 단축…의료진, 부담 ↓ 치료 집중도 ↑
    ②AI 컨투어링, 국내외 연구서 근거 축적…한국인 1,200명 연구부터 일본 전립선암 검증까지
    ③삼성서울병원 오동렬 교수 “방사선치료 AI, 컨투어링 넘어 치료계획 최적화로 진화”
     
    오동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AI 자동 컨투어링을 비롯해 CTV 자동 생성, 종양 동태 분석, 디지털 트윈 기반 맞춤형 방사선치료계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방사선치료 계획의 핵심 과정인 컨투어링(Contouring)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임상 현장의 변화가 단순한 업무시간 단축을 넘어 세부 정상장기의 정량적 선량평가와 데이터 기반 치료계획으로 확대되고 있다.

    컨투어링은 모의치료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종양과 정상장기의 경계를 표시하는 작업이다. 과거에는 작업 부담 때문에 치료계획에 필요한 주요 정상장기 위주로 도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자동 컨투어링을 활용하면 세부 정상장기까지 도해해 각 장기에 조사되는 선량을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별 방사선량과 치료 후 발생하는 부작용의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외 여러 자동 컨투어링 모델을 검토·비교한 뒤 온코소프트의 AI 솔루션 ‘온코스튜디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표준화된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병원별 컨투어링 기준과 임상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모델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두경부암과 식도암, 림프종 환자의 방사선치료를 담당하는 오동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AI 자동 컨투어링 도입 초기부터 삼성서울병원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 학습과 고도화에 참여했다. 현재 온코소프트와 임상표적체적(CTV) 자동 생성, 종양 동태 평가 등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의사가 경험을 통해 수행해온 영상 분석 작업을 AI가 정량적으로 학습하고 보조할 수 있다. 영상 분석을 반복하는 영역에서 AI가 의료진을 보조하고 있다”고 했다. 

    인턴이 손으로 그리던 컨투어링…AI로 세부 정상장기까지 정량 평가

    과거 정상장기 컨투어링은 인턴이나 전공의가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 교수는 “과거 인턴이던 시절에는 두경부암 환자의 이하선과 척수, 시신경, 안구 등을 모두 손으로 그렸다”며 “현재는 병원마다 전담 간호사나 전공의 등 방사선치료 계획을 담당하는 인력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컨투어링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다 보니 보통 효율성을 고려해 치료 계획에 필수적인 장기만 도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상장기 도해 가이드라인에서도 장기를 더욱 세분화해 각각의 선량을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와 양성자치료 등 방사선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정상조직의 선량을 줄이는 정교한 치료계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자동 컨투어링을 적용하면 작업량 때문에 생략했던 구강 점막, 인두수축근, 성문상부 등과 같은 세부 구조까지 모두 도해해서 방사선량을 평가하고 방사선치료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특정 부위의 방사선 노출이 구내염, 연하장애, 구강건조증(입마름) 등의 다양한 부작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AI가 도해한 컨투어링 결과를 모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치료 계획에 필요한 최종 확인과 수정, 판단은 여전히 담당 의사의 몫이다.

    오 교수는 “환자 치료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확인한다”면서도 “과거에는 경험을 토대로 정성적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각 장기에 조사된 선량을 정량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어 경험의 질이 깊어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관별·의료진별 차이 반영…표준 가이드라인 넘어 맞춤형 컨투어링​

    삼성서울병원이 온코소프트를 선택한 핵심 기준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오 교수는 “표준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기관마다 고유한 컨투어링 방식이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해 우리 방식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성문상부 후두와 성문부를 나눠 그리도록 하지만 어떤 기관은 후두 전체를 하나로 평가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경부 림프절 레벨을 상·하부, 동측·반대측으로 묶어 진료에 활용하기 쉽도록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집도의마다 선호하는 수술 방식이 다르듯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마다 컨투어링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며 “의료진이 원하는 방식에 맞추는 실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기반 CTV 자동 생성…식도암에서 연구 시스템 시험

    온코소프트와의 공동연구는 정상장기에서 종양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CTV(Clinical Target Volume, 임상표적체적)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즉, GTV(Gross Tumor Volume, 육안적 종양체적)가 영상 등으로 확인되는 육안적 종양의 범위라면, CTV는 육안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미세 침윤 가능성을 고려해 치료 범위에 포함하는 조직의 체적을 의미한다. 

    오 교수는 “가이드라인마다 GTV에서 위아래로 2㎝ 또는 3㎝를 포함하거나 특정 구역까지 넣는 등 기준이 다르다”며 “임상시험 프로토콜과 의사 개인의 진료 방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의사가 GTV를 그린 뒤 가이드라인 문서를 입력하면 AI가 해당 기준에 맞춰 CTV를 생성하는 연구 시스템을 식도암에서 시험했다. 오 교수는 “문서를 올리면 AI가 내용을 해석해 CTV를 그린다”며 “결과를 확인한 뒤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기술이 여러 암종을 담당해야 하는 중소병원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한 명의 의사가 담당해야 하는 암종이 많다”며 “표준 가이드라인 기반 모델이 보편화되면 업무 부담과 기관 간 치료 품질의 편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개 전이 결절 부피 변화 추적…AI로 종양 동태 분석

    두 번째 공동연구는 AI 자동 컨투어링을 활용한 종양 동태(tumor dynamics) 평가다. 

    현재 종양 치료 반응 평가는 대표 병변의 크기 변화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폐 전이 결절이 수십 개에 이르면 병변마다 성장 속도가 달라 일부 병변만으로 전체 종양 부담을 평가하기 어렵다. 

    오 교수는 선양낭성암종을 예로 들며 “정확히 평가하려면 모든 종양의 부피 변화를 추적해야 하지만 사람이 검사 때마다 수십 개의 결절을 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연세대 연구진, 온코소프트와 함께 폐 전이 결절을 AI로 자동 컨투어링하고 부피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오 교수는 “병변별 부피 변화를 보면 종양이 급격히 커지는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치료 시작 시점과 예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이 연구를 확장해서 스탠퍼드대 연구진과도 선양낭성암종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외부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동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AI가 반복적인 컨투어링과 치료계획을 보조하면 의료진은 최종 판단과 환자 소통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조직 선량 최적화부터 국산 TPS까지…치료계획 AI 확대

    AI 공동연구는 정상장기 보호를 넘어 치료계획 최적화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나리 교수는 같은 종양 선량을 유지하면서 림프구에 영향을 주는 구조물과 선량 분포를 피하는 치료 계획을 연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온코소프트의 경우 창업자가 의학물리학 박사이자 현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라서 방사선치료에 있어 어떤 아이디어가 임상적으로 중요한지 빠르게 파악한다”며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의도를 이해하고 연구로 연결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장점을 피력했다.

    오 교수는 온코소프트가 개발 중인 국산 치료계획시스템(Treatment Planning System, TPS) ‘온코플랜’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방사선치료 분야의 국산 TPS 개발이 추진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국내 제품이 정착하면 의료진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해 국내 진료환경에 맞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교수는 방사선치료의 디지털 트윈 구축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기존에 치료받은 환자의 임상정보, 영상데이터, 방사선치료 계획, 추적관찰 결과 등을 가상 공간에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환자의 치료계획을 시뮬레이션하는 개념이다. 향후 신규 환자의 임상정보와 영상을 입력하면 예상되는 국소제어율, 부작용, 생존율 등을 제시해 맞춤형 치료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교수는 “디지털 트윈은 의료진이 치료 방향을 정하고 환자와 상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AI가 계획 맡으면 의사는 환자에게"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가 지향하는 AI의 방향은 ‘임상 지향 AI’다. 그는 “임상 의사의 필요에서 출발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AI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AI의 활용 범위는 치료계획을 넘어 치료 과정 자체의 자동화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환자가 치료대에 누운 상태에서 영상을 촬영한 뒤 그 자리에서 컨투어와 치료계획을 수정하는 온라인 적응 방사선치료가 대표적이다.

    오 교수는 “다만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재는 컨투어 수정과 계획 검토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실시간 자동 컨투어링이 가능해지면 치료실에서 바로 적응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AI가 반복적인 컨투어링과 치료계획을 보조하면서 전공의 교육도 단순 반복 작업보다 치료 전 과정과 임상 근거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오 교수는 “논문 한 편을 제대로 검토하면 수백 명의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며 “임상연구 논문 리뷰를 전공의 수련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방사선치료 AI가 발전할수록 진료의 중심은 오히려 사람에게 이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AI가 컨투어링과 치료계획의 반복 작업을 보조하면 의사는 환자와 대화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며 “환자별 소통과 인간적 돌봄을 어떻게 체계화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의료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 교수는 선을 그었다. 그는 “AI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역할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반복적인 컨투어링과 치료계획을 AI가 담당하면 의사는 최종 판단과 환자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