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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없이 수술·당직…일만 하는 흉부외과 의사들, 각자 가정도 있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하는데"

    "추가 의사인력 안뽑고 PA가 대체하거나 뽑더라도 지원자 없어…수도권과 지역 격차마저 심각"

    [인터뷰] 고대의대 흉부외과 황진욱 교수

    기사입력시간 2019-10-23 06:44
    최종업데이트 2019-10-23 07:36

    사진=고대의대 흉부외과 황진욱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흉부외과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전공의들은 지원을 기피하고 각 병원들은 추가 인력 고용이 없는 상태로 전문의들이 수술과 외래진료, 당직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흉부외과 의사들의 번아웃(burnout)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수술을 맡을 흉부외과 전문의가 210명 부족하고, 2022년에는 405명의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23일 고대의대 흉부외과 황진욱 교수(고대안산병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흉부외과 의사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갈수록 빅5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 병원들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그는 의료인력 자원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 네바다주립대 보건대학원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일단 흉부외과 의사들부터 문제 인식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간적이지 않은 흉부외과 의사의 삶, 의사 더 필요한데 안 뽑거나 못 뽑거나 

    황진욱 교수는 흉부외과 인력 문제의 부당함을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풀어보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황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의 삶은 일만 하는 삶이다. 실제로 뒤돌아서면 가정도 있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렇다고 울분을 토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대안산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전공의는 전체 연차에서 1명이며 전문의 4명이 전공의 역할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매주 당직을 맡는가 하면 주말에도 당직을 돌아가면서 한다. 전공의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간혹 짧게 파견되는 가정의학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전부다. 

    황 교수는 “다른 진료과 전공의들이 파견을 오면 교육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뽑을 수 있더라도 교육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지만 당장 눈 앞의 할 일에 급급하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전공의를 뽑아야 하는데 지원하는 사람이 없고 전문의도 마찬가지다”라며 “의사가 특정 병원에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금 수준과 수도권과의 거리다 보니, 의사 인력의 쏠림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흉부외과는 심장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많을 때 추가 전문의 고용이 활발하다. 하지만 지역의 애매한 규모의 병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가령 700병상 미만인 곳에서는 0.6명~0.7명의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는데, 고용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황 교수는 “수도권에서는 수술할 의사 한 명을 고용하면 그만큼의 효과가 있다. 인력에 투자하더라도  병원이나 수술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환자가 적고 의사 고용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특히 사립대병원은 경영전략을 세우면서 저울질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병원이 수술 PA(보조인력)를 대체할 의사를 고용해주면 가장 좋다. 촉탁의를 고용하거나 레지던트가 아닌 전문의를 고용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대부분 병원이 뽑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뽑을 수 있다고 해도 막상 찾아보면 8시간씩 서있으면서 일할 사람이 없다. 전공의도 흉부외과 전문의를 하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지, 수술보조를 위해 의사로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방의 격차 커지는 문제도...입원전담 전문의 활성화하고 수가 지원 설득해야  
     
    이런 상황에서 의사도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각해진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그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빅5 병원의 병상당 의사수는 1000병상당 63명으로 지방 중소병원 병상당 의사수 1000병상당 4명 보다 15배 이상 많다. 지난 10년 간 빅5 병원과 지방 중소병원 병상당 의사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황 교수는 “일부 병원은 의사를 뽑지 못하고 PA를 뽑고 있다. 지방의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PA를 더 뽑으려고 한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벌어지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현재 부족한 흉부외과 인력 대응책으로 외과계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외과계 입원전담 전문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제대로 채용이 되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고대안산병원의 경우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 2명이 있고 일반의를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로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다”라며 “외과계는 일부 수술 영역에서라도 기능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인력 자체를 뽑기가 어렵다”라고 호소했다. 

    궁극적으로 흉부외과 의사를 충분히 채용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가 인상 등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수도권 외에 의료인력 자원의 균등한 분포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질관리나 수련환경평가, 병원 평가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질관리를 하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의 질을 올리면서 정부에 얻을 것을 얻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인력 부족이 진료수가 문제라면 진료수가를 올려달라고 해야 한다. 대신 의사를 추가로 채용하면 환자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더 하게 될지 살펴봐야 한다. 인력 충원만큼 환자 1명에게 시간을 더 투자한다면 그 시간에 다른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료수가를 올려달라고 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수가를 올려달라고만 한다면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외국 사례를 보면 의사들 스스로 의료 질관리와 교육프로그램을 갖춰놓고 의료인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공의 임금도 별도로 지원을 받는다”라며 “의료인력이 병원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