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공공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있어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충되는 견해가 나왔다. 공공의료관리청 신설문제부터 공공의료체계의 구조적 변화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병원이나 공공의대 등에 치중돼 있는 현재 공공의료 정책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공공병원이나 공공의대만 신설한다고 공공성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부터 병원으로 이어지는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인 공공의료전달체계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발단은 17일 '공공의료전달체계 개혁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나온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변호사)의 발언이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공공의료확충, 관리일원화,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관리운영체계 통합 일원화를 위해 공공의료 전달체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공적 컨트롤타워 신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날 그는 "공공의료전달체계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공공의료관리청'을 신설하고 공공의료체계의 거버넌스 구성, 관리운영 집행기관 및 기능 개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공공의료관리청장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하고 산하기관에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공공의료인력개발원을 두고 국립대병원이나 보훈병원 등도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개정안 제3조의2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공공의료청 관리감독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공의료관리청 설립과 감독 역할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의대 김윤 보건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공공의료관리청을 설립하기 위해선 국민 이외에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시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각 이해당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을 공공의료관리청 산하에 두는 것 보다 국립대병원의 자체적인 자율성과 권위를 위해 국립대병원 관련 정책 결정 거버넌스가 따로 필요할 것 같다"며 "예전에 국립대병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려고 할 때 중앙의료원 옆이 아닌 아래에 위치시키려고 했던 것 때문에 큰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공의료전달체계에서 일차의료가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에 소외된 계층과 주치의 관계를 적절히 맺을 수 있는 것은 공공병원이 아니라 지역 일차병원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박건희 단장은 "현재 논의되는 공공의료전달체계는 주로 병원급만 언급되고 일차의료기관인 지역사회 의원에 대한 내용이 적어 아쉽다"며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서비스 이용의 불평등이 심하며 공공의료전달체계에 일차의료가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외계층의 진료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공병원이 아니라 주치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익적인 의원이다.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 의원을 대폭 확충해 지역사회에서 시민참여 방식으로 의료와 보건, 복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주치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공공의료전달체계 개혁방안의 방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희 단장은 이런 취지에서 공공병원이 확충되고 공공의대(공공의학전문대학원)가 설립된다고 해도 공공성이 자동으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봤다.
박 단장은 "공공운영의 약점을 보완하고 지역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많은 고민과 실험이 필요하다"며 "국립대병원과 국립대 의과대학이 지역사회에서 공익적 역할을 더욱 수행한다면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관리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도 가능하나 시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도 건강국 산하에 가칭 공공의료관리청 광역센터와 같은 조직을 두고 이곳에서 광역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책임의료기관, 도립이나 시군구립 의원을 만들어 이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담당하는 것도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