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2000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으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설립됐다.
공단 직영병원이 필요했던 이유는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의료원가 산출·표준 의료에 대한 모델 제시 그리고 각종 의료정책을 집행할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단일 병원으로는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직영병원을 2~3곳 더 확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목소리가 있지만 그동안 병원 특유의 깜깜이 회계를 극복할 주요 대안이 됐음은 분명하다.
특히 문재인 케어를 추진해 비급여가 10% 이내로 되게 축소하려면 적정한 의료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병원보다 덜 복잡하기는 하지만 병원보다 더 뒤죽박죽이고 다양한 형태가 있는 곳이 의원이다. 의료전달체계를 올바르게 구축하려고 해도 표준적인 일차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수가 산정에 애를 먹는다.
예를 들어 진찰료를 올리느냐 아니면 수술비나 시술비, 검사비를 올리느냐 혹은 진찰료 중에서도 초진료와 재진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각 진료과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수가를 인상해도 차등수가제가 사라진 지금 환자가 많은 곳이 훨씬 많은 이익을 보므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는 구조도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 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표준 일차의료기관은 전문의료가 아닌 일차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그러므로 공단이 돈을 대고 운영 주체는 의과대학의 가정의학교실이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표준 일차의료기관의 규모는 상근의사가 최소 3명 이상이 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의사들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고 학회 활동 등 재충전도 가능하며 왕진이나 공휴일 당직 등 폭넓은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공의와 의과대학생의 일차의료 교육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일차의료기관에서의 교육이 봉사가 아니라 정식 수가를 책정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정확한 수가 산정을 위해 표준 일차의료기관은 비급여 없이 임상진료지침을 지키면서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초진 15분 이상 재진 10분 이상 등의 원칙을 정해두고 의사 1인당 적정 하루 진료인원도 정하고 근무 인력도 주 40시간 근무와 연월차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하며 주요 질환들에 대해서는 표준 진료지침을 지키도록 한다. 수익을 위해 다수의 환자를 보거나 과잉 검사나 과잉 진료를 하지 않도록 한다.
이 모든 것이 사실 현재의 일차의료기관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반 개인 의원이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그 의원은 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표준 일차의료기관은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표준 의료를 정하고 그것에 대한 합당한 수가 책정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분이 생기더라도 공단이 보전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표준 일차의료기관의 진료범위도 표준화해 주치의가 제공해야 하는 전체 범위를 포괄하도록 한다. 만약 이런 의원을 만든다면 의료진들도 환자들도 환영하고 찾게 될 것 같다.
공단은 당장 이런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의과대학 당 1~2곳씩 전국에 50~100개를 설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병원 한 개 설립하는 예산밖에 들지 않는다. 첩약 급여화 사업에 필요한 예산 500~2000억이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이다.
새로 직영의원을 설립하거나 기존의 의원과 계약을 맺어 표준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10여 곳을 연내에 먼저 설립해도 좋다.
일차의료기관의 질 향상과 표준화는 일차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일차의료인력 양성과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그 출발선이 표준 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