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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산부인과 의사 '법적 굴레' 늘어…'필수의료 유지 보상제' 필요"

    운영 어려움으로 산과 전문의 42%, '산부인과' 명칭 못써…분만 한계점 도래, '지역 분만 취약지' 직접 지원 확대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4-05 11:58
    최종업데이트 2026-04-05 11:58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더 큰 짐과 법적 굴레를 지우는 독소조항들이 산재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운영의 어려움으로 산과 전문의가 운영함에도 '산부인과' 명칭을 쓰지 못하는 의원이 42.4%에 달한다며, '필수의료 유지 보상제' 도입을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5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정부안은 형사 면책의 예외 사유로 ‘12대 중대한 과실’을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항상 존재하는 분만 현장에서 무엇이 ‘예측 가능한 위험’인지, 무엇이 ‘불충분한 처치’인지를 사후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넣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중과실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위험 산모를 기피하는 방어 진료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필수 의료 배상 보험의 한도를 15억 원까지 상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고당 2억 원이라는 과도한 자기부담금을 설정했다. 이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방의 소규모 분만 의원들에게는 보험이 있어도 사실상 파산을 의미하는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면서 "의료기관의 규모와 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자기부담금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의료 사고 설명의무를 이행해야만 형사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규정한다. 환자의 알 권리는 중요하지만, 이를 형사 처벌과 연계하는 것은 의료진에게 또 다른 입증 책임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특히 긴박한 응급 상황이 빈번한 산과 진료에서 설명의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형사 면책을 박탈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향후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분만 수가 현실화 및 필수 의료 유지 보상제 도입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책임제 실효성 강화 ▲지역 분만 취약지 직접 지원 확대 ▲전문의 복귀를 위한 제도적 유인책 마련 등을 꼽았다. 

    이석수 산부인과의사회 대의원회 간사는 "현재 분만 수가만으로 24시간 대기하는 의료진 인원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분만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 입원실, 수술실 등 인프라와 24시간 인건비다. 이를 고려하면 비용만 억대다. 현재 분만 수가론 감당이 안 된다. 현장에선 분만을 접고 외래만 보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연 회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산과 전문의가 운영함에도 ‘산부인과’ 명칭을 쓰지 못하는 의원이 42.4%에 달하며, 실제 분만을 시행하는 의원은 10곳 중 1곳 뿐이다. 이는 분만 환경이 더 이상 민간의 선의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며 "분만은 단순 행위료를 넘어 24시간 대기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일본, 대만 등 사례를 참고하여 인프라 유지 비용을 국가가 보전하는 별도의 수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분만 과정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민·형사상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국가가 보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국 252개 시군구 중 33%가 분만실 없는 지역이다. 민간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시설과 인력 운영비를 지원하는 지역 거점 분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조산사 인력 활용 확대는 분만 인프라 붕괴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고령 산모와 고위험 임신이 급증하는 현재의 인구 구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응급 상황에 즉각 대응 가능한 전문의 중심의 안전 분만 체계"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의사 배상책임보험 보험료 지원 예산은 단년도 사업에 불과해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다. 필수 의료 고액 배상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종적인 담보를 제공하는 ‘국가 재보험’ 구조를 법률에 명시해 영구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