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국제전자센터에서 한약급여화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500억원 규모로 3년간 3단계로 진행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안을 제시했다.
시범사업 초기인 1단계에서는 소아, 여성, 노인 등 5개 질환을 대상으로 포함하며 환자당 연 최대 10일로 한정됐다. 특히 한약사 개설약국, 한약조제약국, 한방병원을 제외하고 우선적으로 한의원으로 제한했다. 범위는 매년 평가를 통해 넓히기로 했다. 급여화 이후 건강보험공단과 환자 본인 부담 비율은 50% 수준으로, 수가는 초진 1회에 한해 지급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주체인 약사와 한약사들이 시범사업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 큰 난관이 예상된다"며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에 시범사업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첩약 급여화에 가장 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단체는 대한한약사회다. 지난 16일 한약사회는 협의회가 열린 국제전자센터에서 집회를 갖고 첩약보험 강행을 규탄했다.
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약분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첩약급여화는 있을 수 없다"라며 "의약품을 처방하는 자에게 그 처방에 의한 조제로 얻는 이익을 주제 되면 과잉처방과 약물남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약사회는 "조제과정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과잉처방의 방어 장치로서 의약분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의사협회도 첩약급여화를 반대하고 있다.
의협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약분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첩약 급여화가 되면 처방의 정량화, 전문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며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베푸는 식의 포퓰리즘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의협 집행부와 한특위는 대국민 홍보, 지속적인 이의제기 등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제기가 해묵은 직역 갈등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복지부 자체 조사결과, 첩약에 대한 요구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에서 시범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범사업을 2월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고, 하반기부터는 최종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복지부 정영훈 한의약정책과장은 "첩약 급여화 관련 문제제기는 이해단체 갈등에서 비롯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정책적으로 모든 상황을 감안해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최근 복지부는 설문 조사를 통해 첩약 급여 소비실태를 파악했다. 첩약 급여화 요구도가 높음에도 높은 가격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며, 특정 단체를 옹호하거나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했다.
또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도 있지만 협의체 속에는 시민단체 등 찬성 의견도 있는 만큼 협의체를 통해 꾸준히 논의를 진행하겠다. 복지부는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