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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대응에 의료진·현장대응팀 70% 번아웃

    경기 공공보건의료지원단‧서울대 유명순 교수팀, "임시직 많고 초과근무 당연시...공정한 업무 분배와 처우기준 마련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0-08-12 16:38
    최종업데이트 2020-08-12 16:3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70%가 번아웃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2차 위험인식조사를 진행하고 12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의료진과 현장대응팀의 69.7%가 울분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가 계속되는 한 치료·방역 인력의 업무 지속 의지는 여전히 높은 편이었으나 6월에 이뤄진 1차 조사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조사는 코로나19 대응의 핵심 주체이자 장기화를 대비한 필수 인력인 의료진과 현장대응팀의 신체·정신적 상태를 파악하고 경기도 차원의 지원방안 개발에 활용하고자 2회에 걸쳐 실시됐다. 조사영역은 스트레스, 신체·정신 건강, 업무의지와 책임감, 업무 환경 등이다.
     
    사진=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우선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울분 경험을 묻는 질문에 69.7%가 울분을 경험했고, 이런 답변은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에서 8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울분의 이유를 보면 ▲낮은 연차 중심으로 근무 투입 등 불공정한 업무 분배(25.4%) ▲감정적, 억지 민원(19.6%) ▲비민주적인(독단적인) 의사결정(16.2%) ▲부당한 취급과 (차별) 대우(12.7%) ▲불충분, 불공정한 보상(7.7%) 등이었다.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의 치료·방역 인력은 코로나19 업무 강도를 높게 체감하고 있었다. ‘귀하의 코로나19 관련 업무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를 ‘아주 약함:0점~매우 강함:10점’ 중에서 택하도록 한 결과 평균 6.61점이었다.
     
    이 중 역학조사 등 현장대응직(7.05점)의 점수가 보건소공무원(6.89점), 간호사(6.50점), 간호사 외 의료진(6.43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응답 중 6~10점까지를 선별해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전체의 73.9%가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업무강도 인식 정도가 높을수록 직무 스트레스, 직무 고갈(번아웃)도 같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역시 치료진보다 현장대응팀이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사진=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질문에서 긍정적 의지(그렇다+매우 그렇다)의 답변 비율은 76.8%로 1차 조사(83.4%) 때보다 낮아졌다.
     
    또 다른 항목 ‘나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업무를 할 것이다’에서의 ‘그렇다’는 응답 비율도 75.0%로 1차 조사(77.0%) 대비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19 인력에게 자원의 분배나 일의 절차 등 처우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를 물었을 때 63.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해 1차 조사 54.1%보다 높아졌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1차 45.9%에서 2차 조사 37.0%로 하락했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7.3%가 없었다고 답해 1차 조사 69.6% 대비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사진=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코로나19사태 장기화 대응책으로 인력들은 자신들의 성과와 기여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 강화와 감염병 전담·전문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대응방안별로 ‘필요하다(필요함+매우 필요함)’고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중앙지자체 정부의 사후책무성 강화(78.3%), 감염병 대응 전담인력 양성(77.6%), 사전대비가 중요한 감염병 등의 질병관리에 정부의 투자 확대(77.5%) 순이었다.
     
    가장 낮게 나타난 대응방안은 전국의 공공의료시설 증가(66.5%)였으나 이 부분도 과반수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장 대응직의 경우 임시직이 많고 상황이 특수하다는 이유로 초과근무 등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업무강도가 계속 높아진다. 자료 분석을 통해 고강도 업무 지속이 번아웃, 스트레스 등 건강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걸 알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안을 미루거나 늦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인력들의 업무 의지와 이직 의도, 울분 경험을 낮추기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분배와 처우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영 경기도 공공보건의료단 단장은 “감염 발생 현황은 하루하루마다 달라서 치료·방역 대응 인력의 부담은 반년이 넘도록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만일 가을과 겨울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면 이들 인력은 제대로 된 휴식 없이 1년 이상을 과도한 업무에 놓인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중앙과 지자체는 치료·방역 대응팀에 대한 지원으로 물리적 보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정신적·심리적인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2차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1차 조사에 참여한 경기도 내 코로나19 의료·현장대응 인력 1112명에게 연구진이 개발한 설문이 담긴 웹 링크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621명이 응답해 재참여율은 55.8%였다.